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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독점하고 ‘가이드라인’ 기다리나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4대 권력기관의 수장 모두 영남 인사가 독식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없던 현상이다. 상피제뿐 아니라 지역 안배 자체가 무너졌다. 검찰발 사정 국면의 중심에 이들이 있다.

고제규·김은지 기자 unjusa@sisain.co.kr 2015년 03월 30일 월요일 제3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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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발 사정 한파가 거세다. 재계, 자원외교, 방위산업체 수사 등 세 갈래로 펼쳐지고 있다. 검찰 수사에 앞서 경찰·감사원도 물밑에서 움직였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은 검찰에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조사했다. 감사원도 자원외교 감사를 벌여 강유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국세청은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권력기관이 총동원된 이번 사정 국면에 ‘김기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한 사정 국면을 ‘세팅’하고 퇴임했다는 것이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주요 인사를 분석해보면 이 같은 해석이 나올 만하다. 박근혜 정부 권력기관을 따로 분석했다. 검찰·경찰·감사원 국세청 주요 요직 50개 자리를 선정했다. 50개 요직 가운데 공석이 1곳(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있어서 분석 대상은 49명이다. 100대 요직 분석처럼 이명박·노무현 정부 3년차 때 권력기관 요직 분석과도 비교했다. 권력기관 요직에는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선정된 서울남부지검장 등 새롭게 떠오른 자리도 반영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3월11일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무기 중개업체 일광공영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3월11일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무기 중개업체 일광공영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김진태 검찰총장(경남)·강신명 경찰청장(경남)·임환수 국세청장(경북)·황찬연 감사원장(경남) 등 4대 권력기관장이 모두 영남권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없던 현상이다. 이명박 정부 3년차인 2010년에는 김준규 검찰총장(서울)·강희락 경찰청장(경북)·백용호 국세청장(충남)·김황식 감사원장(전남) 등 비교적 지역 안배가 이뤄졌다. 2005년 노무현 정부 3년차 때도 김종빈 검찰총장(전남)·허준영 경찰청장(대구)·이주성 국세청장(경남)·전윤철 감사원장(전남)으로 지역을 고려했다.

권력기관 수장뿐 아니라 각 권력기관의 넘버 2 자리도 영남 출신이 석권했다. 김수남 대검 차장(경북)·김봉래 국세청 차장(경북)·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경남)이 영남이고, 이상원 경찰청 차장만 충북이다. 이 역시 이전 정부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보통 권력기관의 수장과 넘버 2 자리는 ‘상피(相避) 인사’ 원칙이 불문율이다. 한 지역 출신이 모두 차지하면 인사 잡음이 일기 때문에 지역을 달리해 인사를 한다. 노무현 정부 3년차인 2005년, 김종빈 검찰총장(전남)에 정상명 대검 차장(경남) 식으로 지역을 엇갈려 임명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이 대구 출신이면, 전남 출신 최광식 경찰청 차장을 앉혔다. 이주성 국세청장(경남)에 전군표 국세청 차장(강원), 전윤철 감사원장에는 오정희 사무총장(경남)으로 상피제를 지켰다. 상피제는 이명박 정부 때도 깨지지 않았다. 2010년 강희락 경찰청장이 경북 출신이어서, 전남 출신 모강인 경찰청 차장을 앉혔다. 김황식 감사원장이 전남이면 사무총장은 대구 출신(정창영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눈치 보지 않고 상피제를 허물어버렸다.

   
 

박근혜 정부 권력기관 요직 가운데 TK· PK를 합친 영남권이 28명(57.14%)을 차지했다. 충청권이 10명, 수도권이 8명이었다. 호남은 전남 출신 김희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단 한 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호남이 8명, 노무현 정부 때 10명이던 것과 견주어보면 권력기관에서 호남 출신은 아예 사라지다시피 했다. 상피제뿐 아니라 지역 안배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사정 정국 중심에 ‘영남인’ 권력기관장 있다

노무현 정부 때 50개 권력기관 요직을 분석해보니 PK 인사가 중용되면서 영남권이 24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TK 출신 인사가 많아지면서 똑같이 24명이었다. 그래도 두 정부 모두 호남 쪽 인사들이 숫자는 적지만 핵심 요직에 올랐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검찰만 해도 김종빈 검찰총장(전남)·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광주)·구본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전남)·유재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전북) 등이 검찰 요직을 차지했다.
영남 싹쓸이와 함께 주목할 점은 각 권력기관 안에서 영남권 인사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수직 계열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남 인사들의 수직 계열화는 검찰과 국세청에서 두드러졌다.

   
 

김진태 검찰총장(경남)-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경북)-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경북)이 전부 영남 출신이다. 대검 중수부를 대체하는 서울지검 특수부를 관할하는 직계 지휘 라인이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임환수 국세청장(경북)-김연근 서울지방국세청장(경북)-임경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경북) 라인은 아예 TK로 수직 계열화되었다.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곳이다. 권력기관 요직 분석에서 이렇게 한 지역으로 수직 계열화가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 때마저 김준규 검찰총장(서울)-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경북)-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충북)으로 지역을 달리했다. 이현동 국세청장(경북)-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경기)-임환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경북) 식으로 적어도 한 자리라도 다른 지역 출신이 중용됐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권력기관의 수직 계열화를 이룬 영남권 인사들은 사정 정국의 중심에 있다.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자원외교 수사를 맡고 있다.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포스코건설 의혹 등 기업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을 지휘하는 경북 출신 최윤수 차장은 우병우 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다. 우 수석이 서울대 3학년 때 사법고시에 합격해 연수원 기수(19기)는 최 차장(23기)보다 빠르다. 사석에서는 둘이 말을 놓는 사이다. 사정 수사가 청와대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 한파의 발원지 민정수석실을 살펴보면, 우병우 민정수석에 이어 권정훈 민정비서관(경북),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 소속이었던 곽병훈 법무비서관(대구)도 모두 TK 출신이다. 유일준 공직기강비서관은 서울이다.
사정 한파가 얼마나 더 거셀지는 국세청의 참전 여부에 달렸다. 국세청은 법원의 영장 없이도 계좌 추적이 가능한 기관이다. 그 칼을 수직 계열화를 이룬 TK 인사들이 쥐고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1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특보 및 수석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우병우 민정수석(왼쪽에서 네 번째)은 검찰과 청와대의 고리로 지목된다.  
ⓒ연합뉴스
1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특보 및 수석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우병우 민정수석(왼쪽에서 네 번째)은 검찰과 청와대의 고리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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