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백승기
집회의 배경음악은 더 이상 민중가요가 아니다. 지난 한 달간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거리 행진에서, 전경과 대치한 급박한 순간에, 집회가 끝나가는 새벽 길모퉁이에서 잔잔한 아이리시 포크 음악이 시민과 전경의 귓가를 적셨다. ‘생뚱맞은’ 배경음악을 선사한 이는 밴드 바드(Bard)의 김현보(36), 박혜리(28), 김정환씨(28). ‘바드’는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은 ‘두 번째 달’ 안에서 모인 아이리시 음악 프로젝트 밴드다.

바드는 5월3일부터 매일 거리에 나왔다. 낮에는 학원 강사·광고음악 일을 하다가 밤에는 거리 공연을 펼치는 ‘주경야연’ 생활을 한 달간 이어왔다. 촛불 대신 밴조와 기타, 아이리시 플롯, 아코디언을 들었다. 운동권 밴드는 아니다. 이제껏 시위 음악을 해본 적도, 시위에 참가한 적도 없다. 가끔 시민들이 〈광야에서〉나 〈바위처럼〉을 신청하면 당황하기도 했다.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언론사 인터뷰도 여러 번 당하고, 팬 카페에도 격려 글이 잇달았다. 광화문 거리에서 만난 송영길 통합민주당 의원도 악수를 청하며 알은체를 했다. 음악하는 사람이 정치적 집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밴조 연주자 김현보씨는 “정치를 떠나 상식을 얘기하고 싶어 나왔다”라고 말했다. 시사 문제도 다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바드는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등 정부의 “부실하고 무식한 정책”에 다 화가 난다. 지난봄에는   대운하 반대를 위해 악기를 들고 전국 몇 개 도시를 조용히 돌기도 했다. 이렇게 고생을 자처하면서도 멤버는 바드라는 밴드가 ‘뜨는’ 것을 경계했다. “시민 김현보, 시민 박혜리, 시민 김정환이 유모차나 촛불 대신 음악을 들고 나왔다고 생각해달라.” 6월3일 밤, 바드 멤버는 혼자 나오지 않았다. 하림, 이자람, 손병휘, 앨리스 인 네버랜드, 조윤정씨 등 함께 나온 음악인이 거리를 채웠다. 가수 하림씨는 2일 처음 나왔다가 분위기에 ‘꽂혀서’ 매일 나오겠다고 약속했다. 김현보씨는 “우리가 바로 촛불집회가 자발적이고 평화로운 자리라는 걸 증명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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