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5월6일 전국 1500여 개 시민·인터넷 단체가 모여 ‘광우병 국민대책 회의’를 결성했다.

5월7일 열린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이들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이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개방 찬성을 주장하자 인터넷을 뒤져 동영상 물증을 찾아내 공개했다. 아이디 shane은 “아직 대한민국 네티즌을 모르는구먼, 거짓말한 거 다 찾아낸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도 이영호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사진자료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가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나 뭇매를 맞았다. 평소 이목을 끌지 못한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질의가 끝날 때마다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에 랭크되는 ‘인기’를 누렸다.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또 여당대로 네티즌의 응원과 비난이 쏟아져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키보드 전사 10만명 정도 있다”

1500여 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 중인 정책반대시위연대(cafe.daum.net/OurKorea). 키보드 전사들이 온라인 시위를 벌이는 곳이다. 키보드 전사란 “온라인에서 ‘한나라 알바’를 상대로 싸우는 사람들”이다. 운영진인 안누리씨(37)는 “온라인에서 진보는 100전 100승이다”라고 말한다. 키보드 전사의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각 사이트에 그물망처럼 퍼져 있다. 안씨는 “현재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수는 10만명 정도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알바성’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아 반격하고 알바의 닉네임을 추적해 아이디를 공개한다. 어떻게 알바를 알아낼까? 식별할 만한 특징이 있다. 알바 글에는 ‘전라디안’ ‘노빠’ ‘빨갱이’ 따위 용어가 등장한다. 또 카페 운영진이 키보드 전사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회원 정보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닉네임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최근 공무원들이 광우병 반박 댓글을 달다가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댓글로 안 될 때는 반론문을 직접 작성해 올리고, 좋은 글은 추천수를 올려 ‘베스트’로 등극시킨다.

키보드 전사의 절반 이상은 10대다.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활발하다. 이들의 전쟁터는 미디어다음 아고라(agora.media.daum.net). 150만명에 이르는 ‘이명박 탄핵 청원운동’이 이뤄진 곳이다. 4월 중순부터 키보드 전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심병무 군(고3·전주시)은 하루 1시간30분 정도를 온라인 시위에 할애한다. 대신 게임은 접었다. “바쁠 때는 댓글 다는 정도만 하는데 요즘엔 대학 수시모집 원서를 낸 뒤라 여유가 있어요. 학교에서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으니 방과 후 PC방에 잠깐 들르기도 하고 집에 들어가서 한 시간 정도 해요.”
그의 닉네임은 ‘경영이가 더 나아’다. 대선 후보로 나온 허경영 후보를 지칭해 “허 후보는 허황되지만 웃음이라도 주는 후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거짓말은 화만 나게 한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끝으로 ‘여론 왜곡 아니냐’고 물었다.
“도배는 안 해요. 우리 주장을 알리기 위한 여론전입니다. 종이 신문은 계속 우리를 무시하잖아요. 살아갈 날이 많은 우리가 사회를 바꿔야 하지 않나요.”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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