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이 편집국장님께

안녕하세요. 1년 내내 받기만 하다가 글을 쓰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시사IN〉을 받으면 가장 먼저 펴보는 글이 ‘편집국장 브리핑’이어서 ‘이숙이’라는 이름이 친구 같고, 가족 같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내년이면 서른아홉 살이 되는, 아들 둘을 둔 엄마입니다. 뱃속에도 똘망똘망한 생명이 영글어가고 있고요. ‘나꼼수’에 빠져 이어폰을 꽂고 사는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다가 도대체 ‘나꼼수’가 뭐기에 이토록 남편의 총애를 받나 궁금해서 시작된 게, ‘주진우’라는 이름을 타고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 기자〉를 읽고, 이 사람이 몸담고 있는 〈시사IN〉이라면 내용·수준·색깔 불문 무조건 구독해야 한다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우겨서 구독하게 됐답니다. 쓰고 보니 좀 기네요.^^; 첫 구독 신청 때는 독립투사한테 자금 보내는 것 같은 비장함이 있었답니다.ㅎㅎㅎ

저희는 양가 부모님께 전혀 도움을 받지 않고(사실은 500만원 정도^^;) 맨주먹으로 2008년에 결혼했습니다. 카드 할부로 혼수 장만하고, 부끄럽게도 그 나이에 2000만원밖에 모으지 못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신접살림을 시작했지요. 맞벌이를 하고 (해외는커녕) 국내 여행도 한번 안 가는데도 매달 ‘월급이 통장을 스치우니’ 부모 덕 보지 않고 이 땅에서 생존이 가능한가 늘 자문했답니다. (중략)


저의 본론은…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법원에 일시불로 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우선 이 돈 4만7000원부터 내주실 수 있나요?

악법도 법이라고 하니 일단 다 털어드리고 그분들 숨통 좀 트여드리게 하고 싶네요. 나머지 9만9999명분은 제가 또 틈틈이 보내드리든가 다른 9만9999명이 계시길 희망할 뿐입니다. 이자가 한 시간에 10만7000원이라고 하니, 참 또 할 말이 없습니다만… 시작이 반이라고….

그분들에게 47억원을 거뜬히 넘어서는 희망이 2014년에는 솟아나길 기도합니다.

내년에도 저의 눈이 되어주실 〈시사IN〉을 기대하며 아줌마의 토설을 마칩니다.

2013년 12월19일. 김○○, 배○○, 김○○, 김○○, 김○○(예정) 드림


크리스마스에 편집국으로 카드 한 통이 배달됐다. 4만7000원이 든 봉투와 함께. 그저 눈물만 나왔다. 나는, 〈시사IN〉은, 그리고 이 땅에 함께 숨쉬는 우리는 무어라 응답해야 할까. 이 무겁기도 하고 한편으론 반가운 질문으로 2014년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한다.

기자명 이숙이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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