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왼쪽)과 필립스(오른쪽)의 공통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단순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해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전자제품의 다양한 기능이 오히려 불편하고 짜증까지 나게 할 때도 있다. 안내서 내용을 한 줄 한 줄 짚어가며 이렇게 저렇게 작동해보지만 복잡하기 짝이 없다. 한두 가지 핵심 기능에 충실한 전자제품이 그리워진다.

이 책의 저자는 바야흐로 복잡함의 시대가 가고 심플의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복잡한 것보다는 심플한 것, 즉 단순한 것이 더 각광받는 시대가 온다는 것. 저자가 드는 대표 사례는 창업 10년 만에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 세계 가전시장을 석권한 필립스, 정보통신계의 강자 보다폰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기존 시장에서 통용되던 스타일을 버리고 심플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전세계 네티즌이 수시로 이용하는 구글. 그러나 구글의 메인 화면에는 검색창 하나만 달랑 떠 있다. 구글의 서비스가 다양하지 못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드물다. 필립스의 가전제품은 복잡한 매뉴얼 대신 단순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편리한 기능으로 승부한다. 보다폰 심플리 제품은 MP3, 1000만 화소 카메라를 버리고 통화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전화는 통화하기 위한 기기라는 기본에 충실한 셈이다. 고객의 필요에 즉각 부응하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길이 바로 단순함이다.

물론 주의할 점이 있다. 기술력이 없는 단순함과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단순함은 다르다는 점이다. 기술력이 없어서 단순한 것밖에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뛰어난 기술력으로 핵심 기능이 탁월한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기술 만능주의보다 고객 우선주의가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으
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단순함, 즉 심플의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심플의 시대〉 권영설 지음 세종서적 펴냄
기술 만능주의보다 고객 우선주의

첫째, 버려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셀 수 없이 많은 기능을 가진 만능 제품이 아니다. 핵심 기능이 좋은 쓰기 편한 제품이다. 핵심 외에는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고장 났다고 반품된 제품 가운데 절반은 결함이 없었다. 기능이 너무 복잡해서 소비자가 사용 방법을 몰라 반품한 경우였던 것. 복잡하기만 한 기능은 고장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둘째, 기본을 먼저 팔아라. 단순함을 중시하더라도 기본만은 확실히 지켜야 한다. 예컨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고급 휴대전화를 출시한다고 해도, 통화 기능이 좋아야 한다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 셋째 및 넷째, 원초적 호기심으로 관찰하고, 고객으로부터 배워라.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범위다. 당장 구매 의사를 가진 고객은 물론이고 구매 가능성을 가진 잠재 고객까지 염두에 두고 관찰해야 한다. 다섯째, 1~2초 내에 제품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시장과 고객의 반응을 살펴 빠르게 수정판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함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곱째, 신념을 가져라. 기존 시장이 다양한 기능과 프리미엄 서비스로 승부할 때, 기능을 줄인 단순함으로 승부를 내려고 하는 건 위험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단순함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면, 지금 눈에 보이는 시장에 신경쓰기보다 과감하게 자기 의지를 관철시켜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위와 같은 원칙은 큰 기업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조그만 가게를 창업할 때도, 개인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때도 참고할 만한 원칙이다. 더욱이 고령 사회가 되어 노인 인구가 많을수록, 복잡한 기능의 제품과 서비스보다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제품과 서비스가 각광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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