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와 슬그머니 도망가곤 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 가을은 축복이었다. 수확의 계절답게 온갖 곡식과 과일을 얻고 나면 1년간의 노동에 대한 대가처럼 아름다운 단풍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래서인지 본격적인 가을은 신기하게도 음력 팔월 보름, 한가위가 지나면 시작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기후는 점점 아열대 기후로 변해 봄·가을이 너무나 짧아졌다. 기후 환경의 변화로 단풍이 예전만큼 곱지 못하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런데도 우리가 가을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노동 후의 휴식만큼이나 달콤한 ‘단풍놀이’ 때문이다.
단풍놀이는 봄날의 꽃구경처럼 짧게 지나가기에 미리미리 알아두고 준비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단풍은 대체로 10월 말에 절정을 이룬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0월 넷째 주를 기준으로 잡아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단풍놀이에 큰 지장은 없다. 좀 이른 시기라면 녹색에서 붉고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자연의 섭리를 볼 수 있을 테고, 좀 늦은 시기라면 절정 후에 쇠락해가는 단풍의 쓸쓸함을 볼 수 있어 낭만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