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지구 온난화는 한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른쪽은 8월18일 스위스 영구 빙하에서 열린 지구 온난화 경고 퍼포먼스.
‘기후 변화’라는 말은 분명히 오늘날 많은 사람의 화두임에 틀림없다. 이제 모든 세계 정상회의 주제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기후 변화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함께 등장하는 것이 〈IPCC 보고서〉이다. 도대체 이 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기에 사사건건 등장하는 것일까?

1988년 말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 대신 ‘올해의 행성’을 선정했다. 뽑힌 행성은 물론 지구였다. 문제는 ‘멸종 위기의 행성’이라는 부제였다. 1988년은 엘니뇨로 인해 1년 내내 홍수와 가뭄이 지구 방방곡곡에서 기승을 부렸다. 이런 일이 꼭 그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해의 특징은 지구인들 모두가 그 모습을 안방에서 봤다는 점이다. CNN이 큰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 이전에는 엄청난 재난이 한 지역에만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그해에 사람들은 세상 모든 재해가 전지구적 연계성을 가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그해에 미국 상원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1차 공청회가 열리고, 지구 온난화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또 바로 그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 관련 과학자들에게 기후 변화에 관한 과학적 토의를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과학자들의 모임이 바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이다. 1990년 1차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하여 올해 11월 4차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지구 기후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라

기후 변화에 관한 과학적 담론을 담은 IPCC 보고서의 중요한 특징은 서두에 ‘경영자를 위한 요약서’(Executive summary)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기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누구나 알고 싶은 내용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이 수권·지권·생물권과 대기권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후 시스템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한 요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변화 과정에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변수가 가진 불확실성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몇몇 예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 시나리오에 따라 지구 기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최선을 다해 전망하고 그것을 보고서에 담는다. 지구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는 정책 입안자들이 앞으로 취할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 그 때문에 과학자들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최소한 이런 내용을 알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라는 주문 사항으로 앞부분에 요약을 첨부한다.

ⓒ연합뉴스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CO2 배출량이 연간 9.6t이나 된다. 그만큼 감축 노력(위)에 더 참여해야 한다.
다음 달에 발표될 IPCC 4차 보고서 〈기후 변화 2007〉의 중요한 결론은 ‘지구 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이며, 더구나 그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고, 그 원인의 중심에 사람들의 활동이 깊이 관여된 온실 기체의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의 상승, 태풍의 빈도와 강도의 증가 등 지구가 더워지면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많은 문제를 볼 때 지구 온난화는 분명히 심각한 문제이다. 난처한 것은 문제 해결이 그리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해결 방안의 핵심인 이산화탄소(CO₂)의 감축이 가장 어렵다. 바로 에너지 감축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의 전 지구적 배출 경로를 보면 3분의 1 정도는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전력 생산, 3분의 1가량은 사회적인 기반 구축, 공공 및 산업 활동에 의해서이다. 환경 친화적 에너지원 개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 기반 구축, 산업구조의 개선 등은 정치가·과학자·기술자·기업인 들이 해야 하는 과제이다.

자동차 추월 자주 하면 CO2 배출 급증

나머지 3분의 1은 개인들이 해결해야 한다. 개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미해 보이지만 1년을 단위로 계산하면 결코 녹록지 않다. 2003년 현재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4억6000만t, 1인당 배출량은 연간 9.36t이다(국제에너지기구 자료). 자동차를 운전하고, 에어컨을 작동하고, 전등을 켜면서 배출하는 양이 그렇다. 따라서 자동차 가속 페달 대신 자전거 페달을 밟고, 백열등 대신 절전형 전등을 사용하고, 종이를 재활용하기만 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너무 더운 지구〉를 쓴 데이브 리에 따르면, 신문이나 종이 상자를 재활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년에 400kg 이상 줄일 수 있다. 병이나 깡통을 재활용해도 마찬가지다. 1년에 300kg 이상을 줄일 수 있다. 승용차를 자주 세워놓아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한다. 가령 출퇴근길 30km를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산화탄소를 하루 7kg 정도 덜 배출한다. 반면 쭉 뻗은 도로에서 추월을 자주 하는 사람이나, 우유나 생선 등을 사러 1~2km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남보다 20~40% 정도 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유엔이 정한 ‘지구의 해’. 지구가 처한 위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야 할 시기이다. 이 일은 나를 위한 고군분투일 수도 있고, 소중한 후손들을 위한 가치 있는 ‘선행’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이 일을 시작해보자.

기자명 김경렬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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