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진중권 지음, 개마고원 펴냄
진중권 교수(동양대 교양학부)를 대표적 ‘진보 논객’으로 만든 책. 15년 전에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 제목은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가 쓴 박정희 일대기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패러디한 것이다. ‘몽골인종주의, 동양우월주의, 군국주의’ 이 세 요소로 이루어진 조갑제의 박정희 신화가, 전형적인 파시스트적 발상과 일본 극우파들의 논리를 조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들의 논리를, 이들 스스로 내세우는 논리로 반박’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한다. 우파 지식인들이 구사하는 근엄한 논리에 감추어진 비논리를 발랄한 해체적 문체로 까발리고 풍자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사실 이 책은 오래전에 폐기됐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을 썼을 때만 해도 한국 현대사에서 독재라는 비극적 역사는 이미 지나갔고, 극우 파시즘도 곧 사라질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보수 정권의 재등장과 함께 권위주의로 급속히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뉴라이트’와 ‘일베 현상’에 대한 글을 더해 개정판을 낸 이유다.

거대한 사기극 이원석 지음, 북바이북 펴냄 자기계발서가 서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담론 영역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출판평론가들도 자기계발서는 한쪽으로 미루어두었다. 비평의 대상이 아니었다. 〈거대한 사기극〉은 대중에게 열광적으로 소비된 자기계발서를 본격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지금까지 출간된 국내의 자기계발서를 포함해 자기계발의 역사와 체계, 그리고 유형에 대한 논의까지 포괄적으로 다루었다. 대학원에서 문화 연구를 하는 저자는 ‘자기계발서’라고 통칭되는 다양한 책들을 윤리적 패러다임과 신비적 패러다임으로 구분하고, 여러 자기계발서가 이론적 근거로 활용하는 경영학과 심리학의 담론을 살폈다. 인적 자원, 1인 기업, 다단계, 힐링, 열정노동 등 여러 사회현상을 ‘자기계발’이라는 키워드로 엮고 설명한다. 개인들이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 자기를 계발하는 것이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명령인 양 되어버렸다는 게 저자의 진단. 지은이는 스스로 돕는 ‘자조’ 사회(미국에서는 실제로 자기계발서를 ‘self-help’라는 용어로 분류한다)에서 서로 돕는 ‘공조’ 사회로 바뀌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계급은 없다
레그 테리오 지음, 박광호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
30년 넘게 부두 노동자로 일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노동자의 문화에 관한 글을 썼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세밀한 묘사를 읽다 보면 노동운동 미시사란 이런 것이로구나, 마피아 집단처럼 묘사되는 미국 노조 간부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라고 평했다.

나이 듦의 길 김진국 지음, 한티재 펴냄 저자는 한 노인요양병원 원장으로 일하는 의사. 자식들이 면회 오기만을 기다리며 요양병원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다 죽음을 맞는 환자들을 보면서 이 노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내보려고 책을 썼다. 나이 듦, 늙음, 자연과 죽음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펴냄 2013년 나오키 상 수상작. 다섯 젊은이의 구직 이야기와 SNS를 통해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드러낸다. SNS 시대의 커뮤니케이션과 개인들의 관계를 드러낸다. 23세 새내기 사회인인 저자는 최연소 수상자로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두 시간씩 글을 쓰고 출근한다고.

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푸른숲 펴냄 〈허삼관 매혈기〉 〈인생〉으로 유명한 소설가 위화의 신작 소설. 중국에서는 초판 60만 부를 찍으면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주인공 양페이가 사고로 죽고 난 후, 이승은 떠났지만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한 7일 동안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그 7일의 여정을 따뜻한 유머로 전달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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