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한 달 만에 터졌다. 강호동의 KBS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달빛 프린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게스트가 직접 책 한 권을 고르고, 진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신개념 토크쇼를 표방하는데, 시청률은 아직 한 자릿수이지만 세 번째 방송에서 소개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오래된미래)이 설 연휴를 지나며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 2위에 올랐다.

자연스레 오래전 출판계를 강타했던 〈느낌표-책을 읽읍시다〉를 떠올리게 된다. 책 읽기라는 캠페인 성격이 좋은 평가를 받다가 특정 도서에 대한 구매와 관심의 편중 등으로 비판도 적지 않았던 기억이 나는데, 캠페인보다는 예능과 교양의 결합, 공익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달빛 프린스〉의 행보가 궁금하다.

첫 방송에서는 작가 황석영을 등장시켰는데, 잠깐 얼굴을 비치는 수준이었고 책에 관한 이야기도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혹평이 이어졌다. 두 번째 방송에서는 연극배우 출신 김수로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소개하며 나름대로 그림을 짜맞춰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번째 방송에서 출판계가 내심 기대한 도서 판매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연휴 직후 방송된 〈슬램덩크〉와 2월19일 방송 예정인 〈샬롯의 거미줄〉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보면, 의도적으로 화제작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매개체로 책을 활용하려는 듯 보인다.

어쨌거나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길 만한 시간에 책을 다루는 방송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반갑다. 기획의도를 잘 살린다면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로또가 아닌, 기분 좋은 선물 같은 화제작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기자명 박태근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인문·사회 MD)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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