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산층은 3~4명으로 구성된 한 가족이 82㎡ 크기 아파트에 살며 1년 가구 수입이 4130만원이다. 중산층 가운데 절반(51%)은 자기 집을 가지고 있고, 절반은 무주택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증권회사 CLS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CLSA는 최근 한국인 중산층 1500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해 발표했다.

한국인 중산층은 10년 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으나 정부에 불만이 많다.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10년 전에 비해 1500만원가량 증가했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졌다고 답한 가구는 24%에 그쳤다. 그런데도 중산층 가구 둘 중 하나(49%)는 10년 전 정부에 비해 현 정부가 더 나쁘다고 평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해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진 데 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이 적은 하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280만원(3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소득이 높은 10% 계층의 소득은 3890만원(66%)이나 늘어난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은 깊어지고 먹고사는 문제에 허덕이다 보니, 이들은 정부가 사회 민주화(1.6%)나 환경(8.0%) 문제보다는 경제(30.3%)와 교육(24.0%) 정책에 더 주력하기를 희망했다.

실제로 중산층은 주거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처지다. 중산층 10가구당 8가구 이상은 교육비(48%)와 주거비용(34%)으로 들어가는 돈을 가장 걱정하고, 자녀 교육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는 소득의 22%를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식료품비(22%)와 맞먹는다. 평균적으로 가구당 월 88만6000원을 자녀 교육비로 지출한다. 부모 10명가운데 7명(72%)은 자녀가 석·박사 학위를 따기를 바라기 때문에 과다한 교육비 지출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 같다. 그렇게 ‘투자’해 키운 자녀들이 ‘제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 것이 이들의 마음이다. 부모 대다수는 자녀들이 교사(23%), 공무원(21%), 의사(14%), 법조인(8%)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교육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산층 두 가구 중 한 가구(48%)는 자녀가 풍부한 경험을 쌓기 위해 해외에서 공부하기를 원했다. 또 부모 3명 중 1명(29.2%)은 자녀가 해외에서 일하기를 희망했다. 자녀가 해외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부모 가운데서는 자녀가 미국에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이가 가장 많았다(53.8%). 자녀의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크지만(28.8%), 막상 자녀가 중국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부모는 미국에 비해 매우 적었다(8.2%).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자녀의 경쟁력을 위해 중국어를 가르치기는 하겠지만, 아직은 사회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에서 살게 하고픈 마음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기꺼이 가겠다는 생각이다. 해외여행을 간다면 중국으로 가고 싶다고 답한 가구(22%)가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주택 구입에 대한 중산층의 태도 변화다. 앞으로 18개월 안에 주택을 구입할 계획을 가진 중산층은 열 가구 중 한 가구(14%)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계획을 가진 가구는 4%로 기존 집보다 넓은 곳으로 이사할 계획인 가구(7%)보다도 적었다. CLSA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한국 중산층이 주택 구입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이나 퇴직금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할 수 없는 이가 많아 노후를 대비해 저축하지만(41%), 중산층 4명 가운데 1명(25%)은 주택 구입을 위해 저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산층 두 가구 중 한 가구(53%)는 여전히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 형태로 가지고 있고, 최고투자 수단으로 주택을 생각하는 태도 또한 여전해 부동산에 대한 중산층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국 중산층 두 가구 가운데 한 가구(46%)는 여전히 최고의 투자 수단으로 주택을 꼽은 것이다. 부동산이 외환(28%)이나 주식(18%)보다는 더 나은 투자 수단이라고 보았다. 만약 10억원이 생기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7%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늘리는 데 쓰겠다고 답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된다. 1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생겨도 여행이나 레저를 즐기는 데 쓰거나(8%) 물건을 구입하는 데 쓰겠다(6%)고 응답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국의 중산층, 그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집과 자녀교육뿐이다. 


 

 

 

 

 

 

 

 

 

 

 

 

 

 

 

 

 

 

 

 

 

 

 

 

 

기자명 안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anj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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