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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쯤부터였다고 생각하는데, 내 유일한 낙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를 보는 것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일단 샤워를 한 다음 요깃거리를 준비해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가끔은 친구와 함께 맥주를 홀짝거리며 경기를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승엽 선수(사진)를 보는 재미로 한두 회쯤 지켜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요미우리의 팬이 되었고 덕분에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호감이 생겨 한국 프로야구도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건 딱히 자랑도 뭣도 아니지만, 그전까지 나는 한국 프로야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겨우 스포츠에서 낙을 찾다니, 한심해하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 며칠 암담한 심정으로 전 프로야구 선수 출신 이호성씨에 관련한 기사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오늘 야구대표팀의 승전보가 또 얼마나 기분 좋은 뉴스인지 모른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타이완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5연승을 달리며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올림픽 본선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특히 지난 3월12일 벌어진 경기는 압권이었는데, 상대 팀인 독일의 경우 포수가 어이없이 공을 빠뜨리는 건 예사였고, 투수와 포수가 서로 볼을 다투다가 부딪쳐 넘어지는 등 풍성한 볼거리마저 제공해주었다고 한다. 자신을 야구에 별 관심 없는 여성이라고 밝힌 ‘tomo(듀게)’라는 네티즌은 “결국 콜드게임으로 끝났습니다. 경기 끝나고 하이라이트 영상 보여주는데 무슨 코미디 저리 가라입니다. 울적하신 야구 팬 계시다면, 오늘 경기 재방송이라도 꼭 보시길 바랍니다. 진짜 울었어요, 너무 웃겨서요”라는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소식은 일본에도 전해진 모양으로, 현재 시범경기에서 죽을 쑤고 있는 요미우리의 팬들도 재팬 스포츠 등의 사이트에다 “빨리 돌아와라, 승엽”과 같은 글을 엄청나게 올리는 중이라고 한다.

다음은 ‘개소문 플레잉코치 야메떼(개소문닷컴)’라는 네티즌이 정리한 요미우리 팬들의 댓글 가운데 일부다. “승짱이 미쳤다는 소문입니다! 지금 한국 대표팀에서 홈런도 치며 거의 미친 듯이 활약을 한다네요. 손가락이나 무릎 상태도 좋은 거 같고. 하지만 지금 거인은 개막전에서 방망이가 물을 먹은 거 같네요. 오늘의 기쁜 뉴스는 승짱 소식 하나뿐인 것 같습니다. 암튼 올림픽 본선에서는 일본의 강력한 라이벌로 앞을 가로막을 걸로 예상됩니다만 그래도 우에하라-아베 배터리와 승짱의 대결, 좀 보고 싶은데요.” “아무리 시범경기라지만 한신에게 진 게 열받어! 유일한 위안거리는 4안타를 친 사카모토. 그대로 개막 1군에 들어라! 바다 건너편에 있는 승짱은 대폭발하고 있는 거 같던데, 빨리 좀 돌아오란 말야~!”

이 글이 〈시사IN〉에 실릴 때쯤에는 결과가 이미 나왔겠지만, 한국 대표팀의 타이완전 승부와, 보름 앞으로 다가온 한국 프로야구의 시즌 개막과, 시범경기 뒤 요미우리에 합류하게 될 이승엽 선수의 활약상을 기다리는 건 나뿐만이 아닐 듯하다.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심각한 일일랑 잠시 잊고, ‘아무리 점수 차가 벌어져도 마지막 스리 아웃을 잡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스포츠의 묘미를 좀 즐겨보시기 바란다.

기자명 김홍민 (출판사 북스피어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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