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은 뭐니?”라는 질문에 “아직 못 정했어요…”라고 대답하는 게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른다. 다음 방학에는, 내년에는 정해야지라며 미루고 미뤄왔던 난 이제는 대학 입학을 바라보고 있는 열여덟 살이다. 주변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아직까지 꿈이 없다니 큰일이라는 염려에서부터 지금은 일단 공부를 해놓고 꿈은 나중에 생각하라는 충고까지.

이따금씩 불쑥불쑥 생각나 마음을 무겁게 했던 꿈의 부재는 점점 그 무게를 더해갔고 나는 초조해졌다. 그러던 중,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참가한 공감 콘서트에서, 나는 꺼져가던 꿈의 불씨를 찾았다. 공감 콘서트 강사로 나선 유학생 선배들을 보며, 잠시나마 해외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나이에 이민을 갔기 때문에 합격한 건 아닐까, 의심을 가졌던 내가 부끄러웠다. 모두 환경적·신체적 장애를 꿈이라는 열망 하나로 이겨낸 이들이었다.


ⓒ시사IN 백승기이주호 강사(오른쪽 선 이)가 경남 공감 콘서트에서 멘토·멘티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멘토·멘티 만남은 전체 공감 콘서트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 깊었다. 어쩌면 강사들의 말이 상투적이고 모두가 아는 흔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겪은 수년간의 어려움과 고민의 시간을 담담히 털어놓는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 누구의 충고보다도 절실하게 내게 다가왔다. 하버드·MIT 학생에게서 뜬구름 잡는 소리만 듣고 오는 것은 아닐까,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했던 나는 자신들도 우리와 똑같다며, 충분히 가능하다며 용기를 북돋아준 그들에게서 위안을 받았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감사 인사를 드린 후 돌아서는 순간 내 어깨로 묵직한 손길이 떨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꿈꾸는 것에서 늦은 때란 없다며 끊임없이 외치던 강사가 서 있었다. “힘내요. 꿈은 이루어진다!”

누군가 ‘그래서 네 꿈을 찾았니?’라고 물어본다면 여전히 나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하지만 내게는 꿈꾸기를 더 이상 미루지 않을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 하루아침에 내 인생의 항로를 결정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말했듯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노력을 한다면 머지않아 이뤄낼 것이다. 지금도 가슴 뛰는 일을 찾아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이지만, 이 터널의 끝에 찬란한 꿈과 또 다른 목표가 기다리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자명 경남 공감 콘서트에 참가한 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 정은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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