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오픈 마켓인 ‘샵N’을 시작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 네이버는 검색어 광고의 가장 큰 고객이던 쇼핑몰 업체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G마켓이 네이버의 검색어 광고에서 철수했다가 매출이 급감하자 다시 들어오기도 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네이버는 결국 샵N을 론칭하기로 한 것이다.

네이버는 샵N을 오픈 마켓형 서비스 숍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포털 내부에 매장을 만들어주고 블로그·카페·지식인 등의 서비스에 숍으로 가는 링크를 노출시킴으로써 다른 쇼핑몰에 비해 월등한 방문자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들 매장에 검색어를 판매해 수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 네이버는 기존 오픈 마켓에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70%에 달하는 검색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불공정 행위에 나설 경우 온라인 생태계의 교란은 피할 수 없으리라 예상된다.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할 수 있는 ‘네이버 지식쇼핑’. 네이버는 아예 오픈 마켓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네이버는 NBP라는 광고 대행 자회사를 만들어 직접 광고 영업을 할 뿐만 아니라 NHN서치마케팅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키워드 광고 대행업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NBP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노골적으로 직접 광고를 유도하는 광고까지 게재되어 있다. 이로 인해 결국 대다수 키워드 광고회사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샵N의 광고는 검색 광고에서 최우선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들이 샵N에서 구매를 할 경우 네이버는 키워드 광고와 거래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샵N 광고보다 뒤쪽에 배치된 광고를 통해 오픈 마켓으로 가서 구매하더라도 여전히 3%에 달하는 거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네이버는 아무런 손해 없이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왜 단기 수익에만 몰두하나

카페24, 메이크숍, 고도몰과 같이 쇼핑몰 솔루션을 갖추고 소규모 사업자에게 저렴하게 쇼핑몰을 제공해주는 업체들이 직접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들은 쇼핑몰 환경을 거의 무료로 제공하고 거래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으며 포털의 키워드 광고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가져간다. 사실 이런 솔루션 업체는 네이버와 중소 상인을 연결해주는 핏줄과 같은 업체들이다. 샵N은 이들의 존재 기반을 허물어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키워드 광고대행사가 당했던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쇼핑몰 종사자들도 샵N을 피해갈 수 없다. 디자이너들에게 독립적인 쇼핑몰은 적정한 가격에 최선의 작업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샵N에서는 네이버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제한적인 작업만이 가능할 것이다. 작업 비용도 낮아져 획일적인 쇼핑몰들로 채워질 것이다.

새롭게 쇼핑몰을 만들고자 하는 중소 상인에게는 샵N이 어쩌면 좋은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쇼핑몰 구축 비용도 없고 낮은 가격에 홍보도 가능하며 네이버가 적극적으로 블로그·카페·지식인 등에 노출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네이버가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특정 업체를 제외하고는 이런 혜택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매장이 많아질수록 경쟁도 치열해져 결국 광고비가 상승할 것이다. 지금도 광고로 얻을 수익 이상을 쏟아 부어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과열된 키워드가 많다.

네이버는 외부에 콘텐츠를 노출하지 않는 정책을 쓰기 때문에 샵N도 다른 포털이나 외부의 가격 비교 사이트에 노출되기 어려울 것이다. 블로그 이전에 필요한 데이터 일괄 백업을 제공하지 않는 네이버는 마찬가지로 숍 이전을 지원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일단 네이버의 샵N에 발을 들이면 꼼짝없이 모든 수익을 네이버에 헌납해야 하는 비극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한국의 대표 포털인 네이버는 외국 서비스의 공격에 맞설 수 있도록 클라우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모바일 등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수익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업체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최선이다. 그들이 잘되어야 지속적인 수익 발생이 가능한 법이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온라인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단기 수익에 몰두하는 것은 어쩌면 네이버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한탕으로 끝내려고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자명 김인성 (IT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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