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조선대 김춘환 법과대 학장이 로스쿨 예비인가 처분취소 소송장을 제출하고 있다.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내려간 지난 2월12일 오전 10시, 광주에서 상경한 조선대 김춘환 법과대학장은 서울행정법원 접수처에 소장 세 개를 내밀었다. ‘예비인가처분취소’와 ‘예비인가거부처분취소’ 그리고 ‘행정처분효력정지’. 2월4일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예비 인가 결과를 뒤집어달라는 소송장들이었다. 그 중 ‘효력정지’ 신청 한 가지만 받아들여져도 로스쿨 개원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 한 시간 뒤, 홍익대 권명광 총장도 서울행정법원에 나타나 비슷한 소장을 냈다.

로스쿨 예비 인가 탈락 대학의 반발이 거세다. 단국대는 행정소송을 냈고 동국대는 증거보전과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국민대는 집회를 열었고, 경상대는 지역 주민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분투를 다졌다. 100억원 단위의 돈을 로스쿨에 투자한 대학들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한동대 이국운 법대 교수는 “탈락 대학 총장이나 법대 교수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이슈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탈락 대학은 로스쿨 심사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는다. 심사 기준과 주체가 일부 대학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조선대 법대 김범철 교수는 “소속 대학 교수가 심사에 참여한 경북대와 전남대 등은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라며 불신을 나타냈다. 그러나 교육부는 심사위원이 자기 대학을 평가하는 건 막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수도권 탈락 대학들은 ‘지역 균형을 고려한 안배’에 불만이 많다. 지역별로 둔 쿼터가 ‘역차별’이 됐다고 주장한다. 한국법학교수회 정용상 사무총장은 “60점 받은 강원대는 됐는데 85점 받은 동국대는 탈락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동국대 정재형 교수회장은 “지역 안배할 거면 종교 안배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로비설’과 ‘용병설’도 나돈다. 로스쿨 유치에 성공한 원광대가 논란의 중심이다.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영향력 행사 발언’이 불씨가 됐다. 윤 전 수석은 다소 부풀려 말했다고 해명했지만 조선대는 “공직 선거를 앞둔 사람이 선거법 위반 처벌을 무릅쓰면서까지 허위 사실을 말했을 리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원광대 최행식 법대 학장은 “대통령도 못 바꾼 교육부 결정을 홍보수석 한 사람이 어떻게 바꿀 수 있었겠냐”라며 로비설을 일축했다. 원광대는 또 ‘1차 사법시험에 합격한 타 대학생들을 학사편입시켜 로스쿨 심사 점수를 높였다’는 소문에도 시달리고 있다. 최 학장은 “다 합법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9월 본인가 때 개원 준비가 미흡한 대학을 탈락시키겠다고 밝혔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교육부 김성근 사무관은 “어렵게 받은 인가를 어떤 대학이 놓치려 하겠나”라고 말했다. 동국대 정 교수회장도 “인가받은 학교를 끌어내리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인수위에서 정원 확대 검토한 적 없다”

쟁점은 다시 ‘정원 확대’다. 탈락 대학은 물론 일부 인가 대학까지 로스쿨 정원을 3000명까지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법학교수회 정 사무총장은 “인수위가 영어 몰입식 교육 문제를 매듭지으면 로스쿨 정원 문제도 검토하겠다는 얘기를 사회교육문화 분과 이주호 간사에게서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간사 측은 “로스쿨 문제와 관련해 인수위가 검토하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다.

2월12일 , 조선대 김 학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이어 ‘법과대학장협의회’가 열리는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을 찾았다. 중앙대 등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도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협의회는 ‘로스쿨 소송지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이래저래 앞으로도 교육부를 상대로 한 대학의 행정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패소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라고 자신하지만, 로스쿨 준비생들은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몸을 떤다. 준비생 최 아무개씨(27)는 “로스쿨 일정을 방해하는 이들에게 테러라도 하고 싶다”라고 거친 불만을 토로했다. 

기자명 변진경·천관율 수습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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