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훈탤런트 옥소리씨의 위헌심판 신청을 계기로 또다시 간통죄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가정과 여성 보호, 성윤리 함양, 범죄 예방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간통죄이다.
이성적으로 접근하다가도 때론 감정이 비집고 들어와 혼란스러워지는 논쟁거리에 목소리를 내기가 조심스럽고 주저된다. 간통죄 폐지를 주장하면 ‘간통 처벌로부터 자유롭고 싶어서’ ‘지금까지 처벌이 두려워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을 것’ 같은 삐딱한 시선을 받지나 않을지, 아니면 여성의 인권과 가정 보호를 포기한 비정한 사람으로 비춰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범죄 행위를 형벌로 다스리는 형법에서 간통죄는 지워도 될 때인 것 같다. 이웃의 배우자를 사랑한 죄로 혹은 순간의 달콤한 성적 이끌림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고 갈라서는 부부가 여전히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이쯤에서 한번 냉철하게 바라볼 때가 되었다. 그동안 쉬쉬하면서 약자의 보호를 기대했던 여성도 스스로 나서서 폐지를 주장한다. 형벌을 통한 위협이 더는 가정과 여성을 지켜주는 보루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현실 경험이 그러한 태도 변화를 이끌었을 것이다.

간통죄는 형법에서 ‘성풍속에 관한 죄’로 규율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형벌이 건전한 성도덕을 함양시켰다고 볼 수 있을까. 드라마의 주재료가 불륜과 간통인 것은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고소는 많아도 고소 취소율이 높아 실형을 받는 비율도 낮다. 이렇게 빙산의 일각만 처벌되다 보니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이 퍼지게 되었다.

형벌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불신도 키웠다. 복수심 때문에 고소하고 위자료 때문에 국가 형벌권에 기대고 있다. 당연히 ‘범죄’ 예방효과도 별반 좋지 않아서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되었다. 간통 고소는 사실상 이혼과 가정 파탄을 뜻하기 때문에 간통죄로 가정을 보호한다는 법 취지 역시 ‘헛것’에 지나지 않았다. 가정과 여성 보호, 성윤리 함양, 범죄 예방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간통죄이다.

ⓒ뉴시스간통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탤런트 옥소리씨(위)는 지난 1월30일 담당 재판부에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일각에서는 간통죄를 폐지하면 간통하라고 부추기는 꼴이 되어, 성문란이 도를 넘어 낯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이라며 겁을 준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이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는 이유가 발각이 두려워서일까. 대다수 부부가 이웃의 아내와 남편을 탐하지 않는 이유가 처벌이 겁나서일까. 물론 일부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건전한 양심과 도덕이 불법 행위를 삼가게 해주는 것이라 본다.

성도덕을 형벌로 바로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다 큰 성인의 애정 행각을 국가가 나서서 단죄한다는 것도 우습다. 그런다고 성도덕이 바로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성도덕의 일탈은 도덕적 비난으로 족하다. 성도덕은 형벌이라는 가혹한 수단이 아니라 교육 등 다른 사회 통제수단을 통해 바로 세우는 것이 옳다. 또한 진정 여성과 가정을 실질로 보호하려면 위자료, 손해배상, 재산 분할, 자녀양육 보장 등에서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혹시나 해서 강조하지만, 필자는 지금 간통이 아예 불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 부르든 ‘불륜’이라 부르든 부부 간의 믿음을 깨는 행위는 일종의 배신이자 자녀에 대한 무책임이어서 가정 파탄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인류 역사와 같이한 간통죄가 형법에서 지워진다 해도, ‘네 이웃의 아내(또는 남편)를 탐하지 말라’는 도덕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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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하태훈 (고려대 교수·법학과)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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