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도 장애인 야학은 힘겹게 버틴다. 지난해 12월, 14년간 둥지를 틀었던 구의동 정립회관에서 퇴거 명령을 받고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 천막을 세웠다. 휠체어를 탄 장애 학우 37명이 석유 난로 하나에 몸을 녹이며 수업을 듣는 열악한 학습 환경 속에서 새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마음이 무겁다.
사회복지시설 정립회관도 그리 편한 공간은 아니었다. 3개월 전,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비상 버튼을 누른 임씨에게 회관 측은 수리비 300만원을 요구했다. 장애인의 전동 휠체어가 자꾸 엘리베이터에 부딪히는 바람에 고장이 났다는 이유였다. 휠체어 장애인이 배움의 터전으로 속속 모여들자 회관 측에 빈 교실 하나를 더 달라고 부탁했다. 돌아온 답변은 ‘나가달라’였다. 여섯 차례나 퇴거 공문을 받은 이들은 하는 수 없이 새 희망을 찾아 길거리 배움터로 나섰다.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임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야학을 거리로 내모는 데 눈감았던 주변 사회복지사를 보고 ‘환상’이 깨졌다. 그래도 희망은 잃지 않는다. 임씨는 총학생회장이 된 뒤 각오를 이 한마디로 대신했다. “노들야학은 우리에게, 숙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