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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는 요즘 장애인이 천막을 치고 배움의 열기로 한파를 녹이는 ‘노들장애인야학’이 들어서 있다. 지난 1월16일에는 어엿한 총학생회장까지 뽑았다. 노들장애인야학 임은영씨(38·뇌성마비 1급)는 지지율 65%를 얻어 총학생회장에 당선했다. 거창한 선거 공약은 없었다.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며 학우들을 끌었다.

영하 10℃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도 장애인 야학은 힘겹게 버틴다. 지난해 12월, 14년간 둥지를 틀었던 구의동 정립회관에서 퇴거 명령을 받고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 천막을 세웠다. 휠체어를 탄 장애 학우 37명이 석유 난로 하나에 몸을 녹이며 수업을 듣는 열악한 학습 환경 속에서 새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마음이 무겁다.

사회복지시설 정립회관도 그리 편한 공간은 아니었다. 3개월 전,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비상 버튼을 누른 임씨에게 회관 측은 수리비 300만원을 요구했다. 장애인의 전동 휠체어가 자꾸 엘리베이터에 부딪히는 바람에 고장이 났다는 이유였다. 휠체어 장애인이 배움의 터전으로 속속 모여들자 회관 측에 빈 교실 하나를 더 달라고 부탁했다. 돌아온 답변은 ‘나가달라’였다. 여섯 차례나 퇴거 공문을 받은 이들은 하는 수 없이 새 희망을 찾아 길거리 배움터로 나섰다.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임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야학을 거리로 내모는 데 눈감았던 주변 사회복지사를 보고 ‘환상’이 깨졌다. 그래도 희망은 잃지 않는다. 임씨는 총학생회장이 된 뒤 각오를 이 한마디로 대신했다. “노들야학은 우리에게, 숙제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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