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포진교육박물관 제공
덕포진교육박물관에서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실제 짧은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

싱그러운 초록잎으로 가득 덮인 붉은 벽돌 건물과 어린 시절 교문을 들어서던 기분으로 첫인사를 나눈다. 삐거덕거리며 낡은 교실문이 열리면 오래된 책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자그마한 책상과 의자가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반가운 추억과 만나게 해준다.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에 가면 어느새 머리 희끗해진 ‘국민학교’ 은사님을 떠올리게 하는 덕포진교육박물관이 기다리고 있다.

박물관 안에는 쉰 살은 족히 돼 보이는 국어책이며 꾸벅꾸벅 졸면서 배워야 했던 ‘농사짓기’, ‘조선교육’ 같은 교과서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벽면에는 누구나 한번은 써봤을 불조심 표어나 동시를 적어놓은 액자가 한가득 걸려 있다. 지겹도록 입었던 검정색 교복과 교련복, 선생님께 매일 검사받아야만 집에 갈 수 있었던 숙제 공책, ‘참 잘했어요’ 도장이 찍혀 있는 그림일기, 몽당연필만 가득 들어 있는 필통, 김치 반찬 하나에도 맛있게 먹던 양은 도시락통도 보인다.

박물관 한편에는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의 3학년 2반 교실도 있다. 아련하게 그리운 풍금소리가 울려퍼지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노랫소리에 맞춰 추억도 퐁퐁 솟아오른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은 그야말로 학창 시절의 꿈과 낭만으로 가득한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박물관에서 만난 전북실씨(52·여), 김선희씨(52·여), 김주송씨(52) ‘국민학교’ 동창 삼총사도 그때의 자신을 돌아보고자 찾아온 이들이다. 벌써 세 번이나 박물관에 왔다는 김주송씨는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말한다.

부부 교사가 모은 풍부한 교육 자료

김주송씨는 “옛날에 꿈꿨던 것, 예전에 어떻게 살아야겠다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늘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와보고 싶었는데 오늘 소원을 풀었다”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울에서 온 전북실씨는 “어린 시절 외웠던 동시가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아직도 내가 이걸 기억하고 있다니’ 새삼스레 뭉클하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와서 엄마에게도 학창 시절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박물관이 찾아오는 모든 이에게 추억을 되살리는 공간이 되는 것은 이곳에 영원한 선생님이 되어주는 이인숙 관장(64)과 김동선 관장(70)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 교사였던 이들은 20여 년 전 이 관장이 갑자기 사고로 시력을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 박물관을 만들면서 시련을 이겨냈다. 김 관장은 학교를 그만두고 슬픔에 잠겨 있던 아내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고자 그동안 모아왔던 교육 관련 수집품들로 박물관을 꾸몄다.

ⓒ덕포진교육박물관 제공
덕포진교육박물관에서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실제 짧은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

1960~1970년대를 떠올릴 수 있는 초등학교 교실도 만들고 아내가 마지막으로 담임을 맡았던 ‘3학년 2반’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노래와 시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풍금도 들여놓았다. 이 관장은 이 교실에서 관람객에게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가르치고 시를 낭송해주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코끝이 찡한 감동을 자아낸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유머로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짧은 수업을 함께한 관람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이 관장의 제자가 된다. 이 관장은 “눈은 어두워졌지만 마음까지 어두워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픔을 이겨낸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꽃을 심어주고 싶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박물관은 무려 1만 점이 넘는 교육 자료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김 관장은 또 “옛날에 대한 향수를 지닌 어른뿐 아니라 초등학생·중학생들도 이곳을 다녀간 뒤로는 엄마 아빠가 힘들고 어렵게 공부했다는 것을 알고 반성도 하고 자신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갖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보람된 일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박물관으로 만드는 게 꿈이다”라고 전했다.

박물관은 1층부터 3층까지 주제별로 전시관을 운영한다. 1층 ‘학교생활’ 전시관에는 교실과 양호실 등 1960~1970년대 학교를 재현해놓았다. 사진관·이발소 같은 당시 생활사 사료들도 접할 수 있다. 2층 ‘교육사료관’은 근대 교육 사료가 전시돼 있다. 특히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미군정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관련된 사진 자료와 교과서가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3층 ‘농경문화교육관’에서는 근대 이전의 농경문화를 엿볼 수 있고, 철에 따라 감자·고구마 캐기 등 농사일도 체험할 수 있다. 


관람 정보

주소: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 232-1   
관람 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연중 무휴
관람료:어린이 1500원, 청소년 2000원, 어른 2500원
전화:031-989-8580
홈페이지:www.dpjem.com
놓치지 마시라:그때 그 시절 ‘국민학교’  풍경을 만나보자. 앉은뱅이책상, 옛날 책가방, 낡은 풍금 등.

 

 

 

 

기자명 김미경 (〈경기일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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