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생협 조합원은 대략 51만명. 한살림, 아이쿱생협, 두레생협, 민우회생협 등 4대 생협의 전체 매출 규모는 2010년에 5952억원을 기록했다. 식품 안전과 환경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늘면서 조합원 숫자와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생협 매장은 대략 300개이다. ‘생협 1세대’로 꼽히는 신성식 아이쿱생협 경영 대표(사진)에게 한국의 협동조합 현황에 대해 물었다.

한국의 협동조합 현황은 어떠한가? 농업협동조합 같은 경우는 관 주도로 조직되었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을 갖고 있고, 협동조합과는 거리가 멀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지배를 받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데, 그 기준으로 보자면 현재 농협은 농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한국의 생협은 여러 차례 맥이 끊겼다. 일본만 해도 전후 50년의 역사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마을 단위로 생필품을 공동 구매하는 조합이 만들어졌다. 최대 4000개까지 달했다. 현재 2000만 가구가 조합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한국은 일제강점기에 협동조합이 생겼으나 일제가 이를 막았고, 해방 이후에 잠시 맥이 살아났다가 박정희 정권이 그 맥을 끊어놓았다. 

한국 생활 협동조합의 특성은?

ⓒ시사IN 차형석
일본 같은 경우는 1970년대 말 이타이이타이병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소비자 주도로 산지 직거래가 이루어졌다. 한국은 반대다. 1976년에 정농회가 만들어지고 유기농을 시작했다. 그런데 유기농산물을 사줄 소비자층이 없었다. 그래서 농민이 직접 소비자를 조직하는 방식으로 생협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보니 취급하는 물품이 농산물로 제한되었다. 게다가 법적으로도 공산품을 취급할 수 없었다. 지난해에야 법 개정이 이루어져 생협이 공산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쿱생협은 전체 가구의 3%가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들었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 가구 수가 1667만 가구다. 이 중 3%면 50만 가구다. 2016~2017년이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는 연간 매출이 3000억원대인데, 1조원대 사업규모가 되면 자본의 공세나 외부 충격을 막아내면서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 국내 식품업체 가운데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이 15개 정도 된다. 50만 가구가 조합원으로 가입할 경우 1조5000억~2조원 매출이 가능하다. 식품기업 10위권에 들어가면 식품 시장에서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직접 쓴 책 〈새로운 생협 운동의 미래〉에서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하루 세 번 식품을 소비한다.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토대가 바뀐다. 소비가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기업은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비용을 줄이려고만 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그래서 생긴다. 생산자인 농민도 우리밀 라면을 먹으려 하지 않고, 좀 더 싼 신라면을 사먹는다. 삶이 불안해서다. 윤리적 소비를 하지 않으면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소비자가 주도권을 가질 것인가, 공급자가 주도권을 가질 것인가. 이 역학관계를 제대로 바꾸려면 우리의 소비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 한국 협동조합의 과제가 있다면? 새로운 경제적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롤 모델을 만들고 그 힘을 갖고 대중화 작업을 해야 한다. 먹을거리만 갖고 조합원을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 먹을거리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면서 길을 열어주는 일을 할 것이다. 국민 3%가 조합원이 되면 충분히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 이런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이 높아지게 되면 공산품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