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Newsis루퍼트 머독(위 가운데)은 중국과 인도 외에 아시아 다른 지역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퍼트 머독은 최근 골드만 삭스가 주최한 커뮤너코피아(Communacopia) 컨퍼런스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커뮤너코피아 컨퍼런스는 미디어 관련 기업들의 수장들이 나와 질의 응답을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자리에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전세계 미디어 산업을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인 만큼 그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바로 루퍼트 머독이었다. 가장 최근에 미국 자본의 자부심이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수한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루퍼트 머독은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세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자신만의 견해와 철학이 있기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람들은 그러죠. 머독이 또 뭔가를 살 모양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관련 기업의 어떤 사람들보다 내가 적극적으로 미디어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월스트리트 저널 인수에 숨은 뜻

그에게는 마이스페이스닷컴(MySpace.com)이나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한 것도 다 미디어 기업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일단 그가 말한 투자는 대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CNN이 케이블 뉴스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진입한 폭스 뉴스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시장에 무사히 안착한 정도가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마이스페이스닷컴 역시 인수 가격보다 무려 20배나 자산 가치가 올랐다. 마이스페이스닷컴에 거액을 투자하는 머독을 두고 조롱해 마지않았던 많은 사람들을 당혹게 한 셈이다.

그는 적어도 세간의 지적보다 한수 앞선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가 월스트리트 저널의 원래 소유주였던 뱅크로프가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은 유비의 삼고초려에 비견될 정도였다. 유례없이 편집권 침해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가 하면, 뱅크로프 가를 직접 방문해 자신과 관련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단순히 월스트리트 저널 그 자체의 인수보다는 그가 구상하고 있는 큰 그림이 있었다. 머독은 폭스 뉴스의 성공에 고무되어, 전문 비즈니스 채널인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BN)를 조만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월스트리트 저널의 인수를 통해 그가 노리는 것은 비즈니스 뉴스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언론인으로서 머독이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다면, 적어도 미디어 사업가로서 머독은 원대한 포부와 집요한 추진력 등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비즈니스를 위해 국적까지 바꾸었던 그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아시아 지역에 부쩍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미 중국과 인도 등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그지만, 이제는 일본과 한국 등 다른 국가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은 머독의 관심 지역이 아닐 것이라는 게 나의 한 생각이다. 머독이 진출해서 성공한 곳은 언론이 산업으로서 대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언론의 소명의식 같은 것은 애당초 기대하지 않는 곳이다. 언론 자유의 천국이라는 미국은 실상 미디어 기업 주주의 입김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큰 곳이고, 그런 곳에서의 명암은 제대로 된 수익 구조를 확보했을 때만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언론의 소명의식이란 그 소명의식 때문에 미디어 기업의 수익을 가져다 줄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중국은 어떤가. 최근 중국에 진출한 머독의 위성방송은 BBC 채널을 과감히 채널 편성에서 제외했다. 중국 정부가 BBC의 대중국 보도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그에게 분란의 소지가 되고 산업에 지장이 될 만한 요소가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한국은 미디어 산업을 하기에 영 탐탁지 않은 지역일 것이다. 자본화가 진행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언론 기업에 대해 소명의식을 강조하는 나라, 누적 적자가 쌓이면서도 여전히 미디어 기업이 생존하는 나라, 건전한 언론시장을 조성한다는 이름아래 정부가 나서서 언론기업을 지원하는 나라, 더욱이 자본에 저항한다는 소명의식을 지닌 〈시사IN〉이라는 시사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 이런 나라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시사IN〉은 한국 미디어 산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며, 머독이 한국에 진출하지 못하는 일면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기자명 조영신(미디어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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