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판결을 낳게 한 이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피고인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기획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수사기관이 도지사 정책특보실을 압수 수색했고, 검찰은 압수한 서류를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물로 제출했다. 문제는 이 서류가 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명기되어 있지 않았고, 영장 제시 및 수색 이유 고지와 압수 목록 작성·교부 등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법치국가의 기본
그간의 판례에 따르면 압수 절차가 위법해도 압수물은 그 물건의 성질과 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므로 그 형상 등에 관한 증거 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논거로 증거 능력을 인정해왔기 때문에 1·2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6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게는 유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가 약 40년 만에 변경되면서, 말 그대로 피고인을 기사회생시켰다.
이미 대법원은 십수 년 전부터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받은 진술, 변호인의 접견 교통권을 침해한 진술, 고문 또는 협박에 의한 진술이나 잠 안 재우기 수사에 의한 자백의 증거 능력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때늦은 판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술 증거와 비진술 증거를 가리지 않고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무리 진실을 발견해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것이 형사소송의 목적이자 최고 이념이라고 하더라도 법에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진실 발견을 위한 수사의 효율성이 아무리 강조된다고 하더라도 그 수사 방법과 절차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금지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증거는 법정에 제출되어서도 안 된다. 배심원이 참여하는 재판일 경우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올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명문화했다. 이제 이 원칙이 입법이나 판례에 의해 확고해진 것이다. 실체 진실은 피의자 내지 피고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법치국가 원리에 입각한 적정 절차에 따라 밝혀져야 하고 또한 신속한 재판을 통해 발견되어야만 객관적 진실로서 정당성을 갖게 된다.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이제 현실에서 그 이상을 실현할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이 원칙이 얼마나 철저하게 잘 지켜지는가가 그 나라 형사사법의 민주화와 법치국가성을 가늠하는 척도이므로 이 원칙이 지켜지고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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