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김용철 변호사(위)는 “삼성 수뇌부가 증거 인멸을 위해 삼성맨 25만명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서울에 있는 한 호텔과 경기도 양평에 있는 컨테이너 집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양평에서는 진돗개 두 마리, 페키니스와 치와와, 닭 네 마리, 새 10여 종 20여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 바빠서 잘 돌보지 못한다. 김 변호사는 기자들 상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언론과 접촉하는 것에 대해 특검이 못마땅해하지만 김 변호사는 신경 쓰지 않는다. 거의 매일 언론사 인터뷰가 잡혀 있고, 그의 전화는 삼성 특검 전담 기자와 삼성 출입 기자들에 의해서 하루종일 몸살을 앓는다.

특검이 출범했다.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 이제 시작인데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게 도리는 아닌 것 같다. 특검이 잘해주리라고 믿는다. 조용히 돕는 게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특별수사본부에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는데, 특검에는 첫날 이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부르지도 않는데 매일 갈 수 있나. 뭐, 좋은 데도 아니고. 지금은 특검이 검찰로부터 가지고 온 자료와 계좌를 분석하는 시점이다. 내가 필요한 시점이 곧 올 것이다. 

특검이 이건희 회장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했는데.     없다. 깨끗하다. 너무 깨끗하게 치워버렸다. 사건이 시작된 지 두 달 반 만에 압수수색에 들어갔는데 성과를 내기는 무리다. 그러는 사이 삼성은 목숨을 걸고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다. 삼성 수뇌부가 임직원 25만명에게 공범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압수수색을 하는 것을 보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겠다는 의지는 보인 것 아닌가. 수사를 조금만 잘하면 사법처리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에도 법원이 삼성의 흑기사로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특검에서조차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심사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정해 사실상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용철 변호사도 법원이 영장 기각을 통해 삼성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에도 법원이 이재용 전무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펜으로 ‘죽죽’ 그어버렸다. 영장을 걸레로 만들어버렸다. 법원은 고비마다 특본의 영장 발부를 거부하며 수사의 진전을 막았다. 법원은 별다른 이유 없이 특본의 첫 영장부터 기각시켰다. “삼성 수사는 하지 말았어야 할 수사다”라는 말을 하면서 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특본이 영장을 제출하면 영장 전담판사는 퇴근했다가 다음 날 새벽에 들어와 기각하는 이상한 방식을 썼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 꼭 조사해야 하는 핵심 사무실인 재무팀을 빼고 감사팀과 법무팀만 수사하라고 명기했다.

법원의 방해가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심각한가. 검찰이 영장을 대충 만들어서 법원에서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검찰이 구체적 증거를 갖고 압수수색 영장을 소명하는데도 법원이 기각했다. 불법 행위에 대해 수사할 필요성보다 기업의 비밀 유지가 중요하다는 법원의 설명에 동의할 수 없다. ‘수사하지 말라’는 의미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좌절감을 느꼈다. 삼성 수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법원이 법과 양심에 비추어 명확한 판단을 해주어야 한다. 기자회견을 해가면서까지 법원 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변호사는 다 해먹었다.

변호사 일을 아예 접을 생각인가.삼성 문제가 불거진 지 석 달이 다 됐다. 이 문제를 거론하기로 마음먹고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7월이니 벌써 6개월째다. 삼성 특검이 성과를 맺고 다시 검찰로 넘어가 수사가 마무리되려면 1년은 족히 걸린다. 그때까지 나는 다른 일을 볼 틈이 없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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