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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미국 정부인지 중국 정부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중국 정부나 하던 짓을 따라 하고 있으니까. 예컨대, 자국 내의 외국인 소유 민간업체 약탈하기.

틱톡(TikTok)이라는 기업이 있다. 중국의 테크 자이언트 바이트댄스의 자회사다. 유저들이 짧은 영상을 제작·공유할 수 있는 SNS 업체다. 2017년 말 무렵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불과 2년 반 뒤인 최근에는 미국에만 1억명(세계적으로는 10억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8월 초까지만 해도 무려 500억 달러(약 60조원)였다. 이런 회사가 헐값에 팔려나가게 생겼다.

8월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트댄스(틱톡의 모기업)에 대해 “(45일 뒤인) 9월21일까지 틱톡을 미국 업체(very American)에 팔든지 미국 영업을 중단하라”고 강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트댄스로선 제값 받기 틀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틱톡의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현지 법인을 통째로 100억~300억 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을 인수하는 미국 기업은 행정명령 덕분에 싸게 매입하게 됐으니 정부에 한몫 단단히 챙겨줘야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는 아니다. 미국 측은 자국 내의 중국계 업체들이 영업활동에서 얻은 기업과 시민들의 정보를 중국으로 빼돌려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런 사례가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다. 틱톡 같은 SNS 업체는 선거 여론을 조작해서 친중 인사를 백악관에 들여보낼지도 모른다. 더욱이 중국 법률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시진핑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선도국인 미국이 굳이 약탈처럼 보이는 조치를 강행해도 되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SNS 업체의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개선해 여론조작을 차단하는 법률적·기술적 대안들을 고려할 수 있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업체까지 참여 가능한 공개시장에서 충분한 협상 기한을 두고 매각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있다. 정작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한 것은 ‘재산권에 대한 경시’ ‘외국계 기업에 대한 보상 없는 권리침해’ 등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의 외국계 기업들에 해오던 짓이다.

미국은 해외투자자 권리 관련 글로벌 규범을 선도해온 국가다. 그중 하나가 바로, 투자자가 자신의 재산권을 침해한 외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를 요청하는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다. 투자자가 다른 나라의 정당한 공공정책에까지 시비를 걸 여지가 있어서 비판받는다. 이랬던 미국이 재산권을 공공연하게 침탈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에 투자해도 되는 것일까?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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