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언제부터인가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국기원 측은 최근 한 퀴즈 프로그램에 바둑 기사들을 출연하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국 쪽에서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상황이 역전되었다. 기사들을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해달라는 부탁에 한국기원은 몸살을 앓고 있다.


상황을 단숨에 돌려놓은 기사는 이창호도 이세돌도 아니었다. 바로 이슬아 초단(19)이다. 이슬아 선수는 11월8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결단식에서 박태환 선수와 사진 한 장 찍겠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던 그녀가 박태환만큼 기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얼짱 기사’로 불리더니 사람들을 단숨에 유혹해버렸다.

ⓒ뉴시스
혼성 페어(남녀 기사가 한 조가 되어 상대편과 번갈아 두어 승패를 가른다) 결승 대국에서 그녀는 머리에 침을 꽂은 모습으로 또다시 관심을 모았다. 편두통 때문이었다. 이 경기에서 이슬아 선수는 박정환 8단과 짝을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바둑 역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그녀는 펑펑 울더니, 시상식에서는 방글방글 웃었다. 애국가가 나올 때에는 가슴에 손을 얹는 대신 두리번거리는 모습으로 ‘국민 귀염둥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이 초단은 물불 안 가리는 싸움꾼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내 바둑은 한마디로 싸움 바둑이다. 전투적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기사도 ‘싸움 바둑’의 일인자 이세돌 9단이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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