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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투자자 울리는 ‘쪽박주’ 연예기획사

인기 MC 유재석씨가 출연료가 밀렸다는 이유로 소속사 스톰이앤에프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스타들이 다수 속한 이 연예기획사는 3년간 간판을 다섯 번 바꿔 달았다. 대표이사는 아홉 번 바뀌었다.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2010년 12월 03일 금요일 제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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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9월까지 5억 원에 이르는 출연료를 받지 못해 소속사와 마찰을 빚어온 유재석이 출연료를 직접 받을 수 있게 됐다. 유씨는 지난 10월 소속사와의 계약 해지를 이유로 지상파 방송 3사에 "출연료를 직접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법률적 절차를 검토해 온 MBC가 10월 출연료부터 그에게 직접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KBS와 SBS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전 소속사인 스톰이앤에프는 채권단으로부터 가압류 처분을 받아 유씨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했는데, 시사IN은 163호에서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집중 분석한 바 있다.(편집자 주) 


텔레비전에 날이면 날마다 유재석씨가 나온다. 채널을 돌리면 강호동씨가 나온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신동엽씨가 나온다. 이들이 텔레비전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금시간대를 장악한 ‘특급 MC’는 모두 같은 회사 소속이었다. 스톰이앤에프. 최근 디초콜릿이앤티에프에서 이름을 바꾸었다.

2009년 연말 연예대상은 집안 잔치였다. MBC·SBS 연예대상은 유재석씨가, KBS 연예대상은 강호동씨가 차지했다. MBC 연기대상 수상자 탤런트 고현정씨도 당시 디초콜릿이앤티에프 소속이었다. 2007년과 2008년도 연예대상도 이 회사 차지였다. 2008년 SBS 연예대상 후보에 오른 신동엽·유재석·강호동·김용만·이효리 씨 중 이효리씨를 빼고는 모두 같은 회사 동료들이었다. 2009년 S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씨는 사회를 맡은 신동엽씨에게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사장님은 누가 받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신씨는 스톰이앤에프와 디초콜릿이앤티에프의 전신인 디와이(DY)엔터테인먼트 사장이었고, 유재석씨는 여기 속한 연예인이었다.

   
 

유재석·강호동·신동엽 씨가 전부가 아니다. 스톰이앤에프에는 톱스타가 즐비하다. 2009년 12월 디초콜릿이앤티에프가 발표한 회사소개서에 따르면 배우 고현정·설경구·송윤아·김태우·박선영·이수경 씨, MC 윤종신·김용만·박경림·최화정·김태현·박지윤·강수정·김영철·송은이·우승민 씨 등이 소속되어 있다. 가수 IVY·박나래 씨 등도 이 회사 소속이다.

스타들의 몸값은 이름값만큼 엄청나다. 200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유재석씨는 프로그램마다 회당 출연료로 900만원가량을 받는다. 국내 MC 중 몸값이 가장 비싸다. 강호동씨가 850만원, 신동엽씨가 8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배우 중에서는 고현정씨의 출연료가 가장 많았는데, 회당 2500만원을 받았다.

방송국마저 긴장시키는 공룡 기획사


스톰이앤에프는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세가 막강하다. 방송사마저 긴장시키는 공룡 회사가 되었다(지난해부터 개편 때마다 소속사가 유재석씨를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등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방송사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형편이다). 2008년 12월25일 <노컷뉴스> 기사를 보자 “고현정은 지난 24일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진행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 <무릎팍도사>는 그가 얼마 전부터 몸담고 있는 워크원더스의 자회사 디와이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문은애 작가가 집필을 맡고 디와이 소속 강호동·유세윤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편으로는 내년께 선보일 고현정쇼와 드라마 <선덕여왕>을 앞둔 일종의 홍보 전략일지도 모른다는 설도 제기되었다. 디와이엔터테인먼트 은경표 대표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년께 가칭 고현정쇼라는 토크쇼를 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톰이앤에프는 전신인 디초콜릿이앤티에프 시절인 2007년부터 카페 사업에 뛰어들어 커피 프랜차이즈 ‘디초콜릿커피(De Chocolate Coffee)’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디초콜릿커피는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커피전문점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선전한다. 언론에서는 스타 마케팅을 펼쳐 커피업계의 새로운 강자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 스톰이앤에프는 현재 망하기 직전이다. 소속 연예인들에게 출연료조차 지급할 여력이 없다. 유재석씨는 지난 8월 스톰이앤에프에 밀린 출연료 5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내용증명에는 두 달 동안 답변이 없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근 유재석씨는 소속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유재석 씨에 이어 김용만·윤종신·송은이·김영철·김태현·박지윤 씨 등이 최근 스톰이앤에프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한다. 강호동씨는 아직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다.

잘나간다면서 출연료는 연체


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연예기획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스톰이앤에프의 모태는 1994년 8월 설립된 하이퍼정보통신 주식회사. 정보통신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2000년 7월 코스닥에 상장되었으며 2007년 팬텀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다. 2007년 3월 팬텀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팝콘필름이 디와이엔터테인먼트 경영권과 지분 55.19%를 202억원에 인수한다. 이후 이 회사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황태자로 등극한다.

디와이엔터테인먼트는 2005년 신동엽씨가 자기 이름 이니셜(DY)을 따서 만든 회사다. 이 기획사에는 유재석·김용만·노홍철·이혁재 씨 등 인기 MC가 대거 합류했다. 유재석씨와 김용만씨는 전속 계약금 각각 10억원, 이혁재씨는 6억원을 받았다(계약 기간 5년). 노홍철씨는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2억원을 받았다. 신동엽씨도 자신이 만든 디와이엔터테인먼트에서 전속 계약금으로 1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면계약으로 계약금 20억원을 주기로 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신동엽씨는 디와이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디초콜릿이앤티에프 측으로부터 고소 당하기도 했다. 신동엽씨는 등기 이사로 2006년 1월부터 2007년 3월까지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지위에 있었다.

스톰이앤에프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연예계 대부로 불리는 은경표 전 MBC PD(53)의 역할이다. 디와이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낸 은씨는 2010년 6월30일 현재 스톰이앤에프 발행 주식의 72만9251주(1.47%)를 소유한 주주. 현재 이 회사의 등기 임원은 아니다. 그러나 금감원에 신고한 자료에 따르면 은씨는 회사에서 선급금과 대여금으로 3억원가량을 가져다 썼다. 따라서 단순한 주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유희선·신명진 씨 등 은씨와 오랫동안 한 회사에 근무한 방송작가 지분(2.38%)을 합할 경우 우호 지분은 3.85%에 달한다. 또한 권승식 전 대표이사, 정훈탁 IHQ 대표, 신동엽·강호동 씨도 은씨의 우호 주주로 한때 경영권 획득을 시도한 점을 고려하면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2006년 4월 은경표씨는 전일저축은행으로부터 41억원을 빌려 디와이엔터테인먼트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굿데이티브이라는 휴면 법인을 통해서였다. 이 주식은 지금도 전일저축은행으로부터 질권(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담보의 목적물을 채권자에게 제공하여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 행위)이 설정되어 있다. 은경표·유희선·신명진·신동엽·강호동 씨 명의의 주식 모두 전일저축은행의 질권이 설정되어 있다(24~25쪽 기사 참조).

   
ⓒ뉴시스
2005년 12월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와이엔터테인먼트 출범 기자회견. 신동엽·김용만·유재석·이혁재·노홍철 씨(왼쪽부터) 등이 한식구가 되었다.

은경표씨 역량 덕에 외주 제작에도 나서


은씨는 디와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지냈다. 또 디와이엔터테인먼트를 팝콘필름에 넘기고 이후 스톰이앤에프가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데 적극 나섰다고 한다. 특히 오락 프로그램 외주 제작 사업은 온전히 그의 역량이라는 게 연예계의 평가다. 스톰이앤에프는 소속 MC와 연예인을 바탕으로 오락 프로그램 외주 제작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회사 소개서에는 “당사는 다른 외주 독립 제작사와는 다른 수익 구조 시스템으로 방송 3사와 직접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을 얻고 있으며, 저작권을 이용한 추가적인 수익 및 PPL(영화·드라마 등에 특정 제품을 등장시켜 홍보하는 간접 광고) 등을 통한 부가수익을 얻고 있다”라고 나와 있다.

   
 
이 회사에서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골드미스가 간다’) <X맨> <야심만만> <헤이 헤이 헤이> <진실게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박경림의 화려한 외출> 등이 있다. 현재 제작 중인 프로그램은 <강심장> <놀라운 대회 스타킹>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라디오 스타’) <해피 선데이> (‘남자의 자격’) 등이다.

2009년 7월 은경표씨는 신동엽씨와 함께 경영 참여를 시도했지만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짐으로써 경영권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연예기획사 대표 이 아무개씨에 따르면 은씨는 이후 친구인 권승식씨를 회사로 끌어들여 대표이사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고 한다. 그는 또 “디와이에서 초콜릿까지 사장이 계속 바뀌었지만 업계에서는 신동엽·강호동·유재석 씨를 앞세운 은경표 PD와 주변 사람들의 회사로 본다”라고 말했다.

스타와 히트한 프로그램이 즐비하지만 회사는 건강하지 않았다. 2007년 이후 팝콘필름→도너츠미디어→워크원더스→디초콜릿이앤티에프→스톰이앤에프로 계속해서 회사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기간 대표이사가 아홉 번이나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대표이사는 검찰 조사를 받았고, 구속되거나 잠적했다.

수익을 낸 적도 없다. 자본 잠식률 50% 이상, 2년 연속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경상손실이 발생해 2007년 2월9일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었다. 2008년 3월5일 관리종목에서 해제되었지만 2008·2009년 당기순손실이 각각 123억·103억원에 달했다. 2010년 6월30일 현재 45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2007년 3월 14만3340원 하던 주식은 2008년 최고가 2만3000원, 2009년 최고가 1만6400원에서 10월22일 현재 3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현재 시가총액은 18억원, 시가총액 순위 1016위(코스닥)로 전락했다. 손해는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이 입었다.

   
스톰이앤에프에서 제작한 <강심장> <스타킹> <남자의 자격> <무릎팍도사>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개미 투자자


스톰이앤에프에 대해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회사라고 보기 어렵다. 연예인을 내세워 주가를 띄운 후 돈을 빼먹고 다시 회사를 넘기는 공식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지난해부터 IHQ의 디초콜릿이앤티에프 인수설이 나돌았는데 만약 실현된다면 또다시 주가는 대박을 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 관련 기사만 나오면 주가는 미친 듯 상한가를 치고 또 어느새 고꾸라져버린다. 연예인이 재주를 넘는 사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챙기고, 개미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는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주였다”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수사에 정통한 한 고위 검사는 “연예인들이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고 지분을 갖고 있거나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을 피해자로만 볼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서울 서부지검은 디초콜릿이앤티에프 경영진의 횡령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대표이사 권승식씨는 잠적했고, 부사장 박현씨는 영장실질심사를 피해 도주했다. 그리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디초콜릿이앤티에프는 6월30일 스톰이앤에프로 이름을 바꾸었다.

   
디초콜릿이앤티에프 소개 책자에 담긴 소속 연예인과 외주 제작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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