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석씨(40)에게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1998년 책을 달달 외워 고압가스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숫기도 없고 경력도 부족해 번번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동생 집에서 눈칫밥을 먹다가 집을 나와야만 했다. 10년 가까이 신문 배달, 고물 수집 등 안 해본 일이 없지만 앞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오씨의 희망은 꺾이고 말았다. 3년 전부터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완전한 노숙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지난 6월 노숙인 자활 잡지 〈빅이슈〉를 만났다. 서울시 강남구 신사역 8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팔면서 시들었던 희망을 다시 싹틔웠다. 한푼 두푼 저축도 시작했다. 300만원을 저축해서 임대주택으로 이사가겠다는 야무진 계획도 세워두었다.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월드컵 우승이다. 그것도 직접 우승컵을 들고 싶어한다. 오현석씨는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팀의 에이스이다. 박지성 선수처럼 팀을 조율하면서 골을 뽑아내는 해결사 노릇을 해줘야 한다. 오씨는 “제대로 된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어 사람들 앞에 나서고 어울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축구로 사람들과 호흡하고 친해지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9월16일 홈리스 월드컵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 2003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은 노숙인으로 구성된 각국 대표팀이 참가해 토너먼트로 우승을 가린다. 우리나라 팀이 출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진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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