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가 3월12일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1주일 만에 20만 대 예약 주문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발매 74일 만에 100만 대를 돌파한 아이폰의 기록을 넘을 수 있을지가 화제다. 아이패드는, 단순히 애플에서 또 하나의 히트작이 나왔다는 사실보다는 그것이 앞으로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실마리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PC에서 랩톱으로 이어지는 로컬 스토리지 및 설치형 소프트웨어의 도도한 패러다임을 ‘개인화·모바일 장비+인터넷 서비스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아이패드는 TV·PC·휴대전화로 통칭되는 이른바 3스크린에 4스크린의 역할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3스크린’이라는 말은 공급자 측면에서 시작된 개념이었다. 많은 가전 및 전자업체에서 자사의 하드웨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전체적인 연계 전략을 짜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해 실제로 관련 업체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이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기존 3스크린의 서비스·경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1. TV 스크린:가족 스크린

가족이 모여서 커다란 스크린을 공유하면서 공동의 경험을 하게 해준다. 앞으로 휴대전화 스크린과의 연계성이 중요할 것이며, 휴대전화 스크린이 가족 구성원의 상호작용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개인 컨트롤러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공동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디자인 및 하드웨어, 기술 등이 많이 채용될 것이다.

ⓒReuter=Newsis아이패드(위)는 우리 생활 습관을 바꾸는 실마리 구실을 할 것이다.

2. PC 스크린:업무용·가정용 서버

각종 문서 작성을 포함한 저작 및 비즈니스와 관련한 작업과 인터넷 접속의 포털로 집 안에서 이용되었던 PC 스크린은 기타 스크린에 대한 가정용 서버이자 스크린들을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구실을 할 것이다.

3. 휴대전화 스크린:개인용 소통장비

개인 생활에 밀착되어 통신을 하거나,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다양한 소셜 활동을 하는 기본 단위가 되는 스크린. 어떤 스크린보다 개인화 정도가 크며, 제4의 스크린인 태블릿 스크린과의 연계 및 TV 스크린의 컨트롤러 기능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의 9.7인치 스크린은 위 세 가지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아이패드는 네 번째 스크린이다. 그리 두껍지 않고 휴대성이 강화되기 때문에 다이어리나 서류가방 등에 끼워서 들고 다닐 수 있어 개인용 저작 도구 및 멀티미디어 소비 스크린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다양한 문서뿐만 아니라 멀티터치를 포함한 뛰어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바탕으로 쉽게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미 웹에 발행되어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매시업(Mash up) 할 수 있다. 또 종이로 만든 다이어리나 노트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나 서비스를 마음껏 소비하고(가족과 같이 볼 필요가 없는 영상 등), 공부도 하고 경우에 따라 즉석에서 소규모 그룹의 협업 또는 게임도 가능할 듯하다.

아이패드의 등장은 다른 태블릿 제품들의 대응과 전자책,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 소비와 관련한 서비스 시장과 맞물려 여러 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 4스크린 시대를 열 것이다. 당장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효과, 컬러·대화면 효과가 강렬한 신문·잡지·교과서 및 교육시장, 방송 및 개인 영상물 저작·서비스 등과 관련한 새로운 서비스 업체가 생태계를 이루면서 등장할 것이다.

특히 전통의 DK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의 펭귄 출판사가 출판물을 새로운 아이패드 앱(Application)으로 모두 재개발하면서 출판사가 아닌 디지털 콘텐츠 사업체로 재정의한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아이패드를 필두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태블릿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스크린은 여러 가지 산업적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기자명 정지훈 (우리들병원 생명과학연구소 소장·블로거)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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