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에서는 가장 뜨거운 현안인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의견을 함께 물었다. 다른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 대로, 이번에도 서울 민심은 수정안 쪽으로 좀 더 기울었다. 원안 찬성이 35.3%, 수정안 찬성이 46.3%로 11% 포인트 차이가 났다(잘 모름 18.4%). “서울은 우리 편”이라고 믿는 한나라당 친이계가 일단 흐뭇해할 결과다.

조사는 또 세종시 논란이 시작된 뒤 한나라당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물었다. 31.4%는 ‘상관없이 지지한다’고 했고, 32.1%는 ‘상관없이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세종시 문제로 인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2%나 된 반면 ‘세종시 문제로 인해 지지한다’는 응답은 5.8%에 그쳤다. 세종시가 한나라당에 대한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이 그 반대보다 네 배 가까이 높게 나온 것이다.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단순 지지율만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역설이다.
 

하지만 이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번 여론조사가 나오기 전에도 “세종시 수정안이 수도권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라는 친이계 일부의 기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원안 지지자와 수정안 지지자가 갖는 ‘절박함’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의 한 서울 지역 중진의원은 “수정안 지지자는 그것 때문에 투표를 하지는 않지만, 원안 지지자는 그것 때문에 투표를 한다. 단순히 수정안 지지율이 높다고 수도권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건 착각이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사는 충청 출신 유권자가 야권 후보로 쏠려버리면 선거 구도가 완전히 헝클어진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를 봐도, 세종시 수정안이 원안 지지자에게 준 상처는 원안을 반대했던 이들에게 준 만족보다 깊고 오래갈 가능성이 보인다. 이 지점은 한나라당이 수도권 지방선거 전략을 짜는 데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이 39.6%, 민주당이 19.8%를 기록한 가운데,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가 6.4%로 깜짝 3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범한나라당 계열이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세종시 원안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주류 친이계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한나라당 지지를 이탈해 친박연대를 골라 벌어진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민주노동당(4.2%), 국민참여당(4.1%), 자유선진당(3.1%)이 그 뒤를 이었다.

한나라당이 4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난 서울에서의 정당 지지율 강세를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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