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고향에서 대접 못 받는 대통령이 또 있었을까. 이번 대구·경북(TK) 지역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포항이 보여준 여론은 특히 흥미롭다.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포항·울릉 지역 응답자의 68.2%가 박근혜 전 대표를 꼽았다. 경북 지역 평균인 54.3%보다도 오히려 높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답한 비율은 15.4%에 그쳤다. 경북 지역 평균인 11.4%와 큰 차이가 없다.  이 지역 출신으로 권력의 정점에 선 대통령이지만 정작 고향 주민은 이들 형제의 최대 정적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고향이 MB에게 보여준 반응은 열광적 지지와는 거리가 있다. 위는 포항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MB 정부가 ‘고향 챙기기’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이른바 ‘형님 예산’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면서까지 포항 일대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쏟아부었다. 포항 순환고속도로, 포항 영일만대교 등 각각 1조원이 넘는 대형 공사계획이 쏟아졌고,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 등 올해 투입이 확정된 ‘형님 예산’만 4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에는 영포회(포항·영일 출신 고위공무원 모임) 송년회 자리에서 나온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이렇게 물 좋을 때 고향 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라는 발언이 언론에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4대강 사업을 두고도 포항 배려는 계속됐다. 지난 11월9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이른바 ‘동지상고 커넥션’을 공개했다. 낙동강 유역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경상권 건설업체 27곳 가운데 포항 소재 업체가 6곳, 그중에서도 동지상고 출신 인사가 운영하는 업체가 5곳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이명박·이상득 형제의 출신교다.

이 정도로 정성스레 챙겨주기도 쉽지 않고, 그럼에도 지역 여론이 싸늘한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지역 사정에 밝은 한 현지 정치인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도 예산을 쏟아부어 ‘동진정책’을 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예산은 마음을 얻는 데 핵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MB는 ‘우리동네 사람’이라는 느낌이 없다. 기업 경력도 정치 경력도 지역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 ‘서울 대통령’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TK의 ‘애틋함’은 정서적 일체감의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포항 출신의 몇몇 기업인과 공직자가 ‘잘나간다’고 해도, 현지에서는 포항의 발전이라기보다는 ‘포항 출신 서울 사람들’의 출세라고만 여긴다는 얘기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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