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잘 나왔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시사IN〉과 리얼미터가 실시한 대구·경북 단체장 선거 가상대결 결과를 들은 뒤 이런 반응을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생각보다 잘’ 나왔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얘기다.

11월10일 친노 계열 신당인 국민참여당에 입당한 유 전 장관은 대구시장 가상대결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저력을 보여줬다. 현직 시장과의 대결에서도 만만찮은 지지를 얻었다. 한나라당 지지세가 가장 공고하다는 대구에서 야권 후보가 거둔 성적표치고는 눈에 띈다.
 

TK는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를 자신할 수 있는 ‘텃밭’이다. 문제는 오히려 예선 통과다. 김범일 대구시장(위 사진 앞줄 오른쪽 두 번째).

〈시사IN〉은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되는 김범일 현 시장과 서상기 의원(대구시당위원장)을 가상대결 주자로 번갈아 넣었다. 야권 후보로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단일화를 가정한 뒤 유 전 장관과 김충환 전 청와대 비서관을 투입했다. 여기에 자유선진당 김원이 후보, 진보신당 이연재 후보, 무소속 백승홍 후보를 고정했다. 그 결과가 오른쪽 표다.

김 시장과 유 전 장관의 대결에서는 19% 포인트 차이로 김 시장이 앞섰다. 20대와 30대로만 한정하면 두 사람의 격차는 상당히 좁아진다. 20대에서 30.6% 대 30.4%, 30대에서 46.7% 대 42%의 지지율을 각각 보였다. 젊은 층에 호소력이 크다는 유 전 장관의 강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반면 50대 이상으로 가면 유 전 장관의 지지율은 10%대로 급격히 떨어진다(50대 18.9%, 60세 이상 12.1%). 약점 역시 여전히 뚜렷하다는 얘기다.

서상기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는 유 전 장관이 오차 범위 안으로 따라붙었다. 두 사람의 격차는 5.9% 포인트에 불과했다. 40대(31.1% 대 39.2%)와 사무직(36.6% 대 41%)에서는 유 전 장관이 서 의원을 오히려 앞섰다.

유 전 장관 대신 김충환 전 비서관을 민주당·국민참여당 단일후보로 넣어본 결과, 김 시장과의 대결에서는 40% 포인트, 서 의원과의 대결에서는 30% 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나타냈다. 보통의 대구·경북 정서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유 전 장관이 입당한 국민참여당은 “영남과 호남에서의 1당 독재 체제를 깨야 한다”라며 지방 선거에서 영남 제2당·호남 제2당을 목표로 잡았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라면 덮어놓고 거부하는 영남과 호남이지만, 대안세력에 대한 갈망은 분명히 존재한다”라는 게 국민참여당의 주장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광역시 중 가장 보수적이라는 대구에서 개혁 성향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다 득표자 한 명이 당선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힘을 쓸 수 없어도, 중선거구제로 치러지는 지자체 기초단위 선거에서는 무시 못할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대구, 친박 교통정리가 변수?

한나라당 내 대구시장 후보 선호도를 물은 질문에는 김범일 현 시장이 33.9%를 기록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10.5%)과 서상기 의원(10.3%)이 두 자릿수 지지를 받으며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이 온다면, 친박계 ‘대표선수’가 대구에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김 시장의 대표 정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8.3%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꼽았다. 앞서 전남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박준영 전남지사의 대표 정책으로 응답자의 30.6%가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를 꼽은 바 있다(〈시사IN〉 제111호 기사). 각 지역 광역단체장들이 무리를 해가면서도 ‘한 방으로 각인되는’ 대형 국제 행사를 유치하려고 나서는 이유를 짐작하게 해준다. 김 시장에 대한 긍정 평가는 53.7%, 부정 평가는 19.5%, 모름·무응답은 16.8%였다.

대구와 달리 경북의 가상대결 결과는 ‘생각대로’다. 한나라당의 어떤 후보를 넣어도 결과는 더블 스코어 이상의 넉넉한 승리다. 김관용 현 경북지사, 권오을 전 의원, 정장식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은 모두 민주당 후보로 나선 박명재 전 행자부 장관을 24.2~44.4% 포인트 차로 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관용 경북지사(사진 가운데).

결국 관심사는 ‘예선전’이다. 한나라당 후보로 누가 선출될지가 핵심이다. 여론은 일단 현직인 김관용 지사를 지지했다(36.3%). 권 전 의원은 8.1%, 정 원장은 7.8%로 한 자릿수였다. 하지만 모름·무응답이 47.9%나 된다. 아직은 지역 유권자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본격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 여론이 어떻게 출렁일지 짐작하기 힘들다.

현직 도지사에 대한 평가를 보면, 응답자의 56.7%가 “잘하고 있다”, 12.2%가 “잘못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김 지사의 대표 정책으로는 20.4%가 ‘도청 이전 추진’을 꼽았다. 경상북도는 현재 대구광역시에 있는 도청 이전 예정지로 안동·예천 일대를 선정하고 추진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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