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자 시절 용산 참사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정운찬 총리는 추석날 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분향소에 분향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렇다 할 후속 대책은 없이 국정감사장에서 용산 참사를 철거민 탓으로 돌리는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는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지난 9개월 동안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다려온 유가족은 정 총리가 방문해 말뿐인 위로를 던지고 간 뒤 가슴이 더욱 미어진다. 용산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경찰에 지명 수배된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사진)을 은신처인 명동성당에서 만나보았다.

정 총리가 유가족을 만나고 간 뒤 물밑 대화채널이 가동되나.

정 총리가 유가족을 만나고 간 뒤 물밑 대화채널이 가동되나.

 

정 총리가 유가족을 만나고 간 뒤 물밑 대화채널이 가동되나.아직까지 구체적인 대화 제의는 없다. 추석날 정 총리가 유족을 방문한 뒤 총리실 사회통합행정관이 유족에게 전화해서 ‘바라는 게 뭐냐’고 질문한 것이 그동안 이뤄진 소통의 전부다. 오히려 부정적인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총리 방문 직후인 10월5일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철거민이 새총을 쏘니 강력 진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하는 등 정부가 종전대로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뒤집어씌우는 태도로 되돌아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총리의 유족 방문은 참사 후 처음 있는 일로 일단 사태 해결의 첫 단추는 꿴 셈 아닌가.
총리의 공식 위로 방문은 정부의 이전 태도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말로 위로하고 사진만 찍고 가는 감성적 접근에 그쳤다. 막중한 국정 책임자인 총리는 자기 말에 따른 의지를 직접 보여줘야 한다. 사태를 해결할 대화 통로를 마련해야만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가 무책임한 인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는 아직도 용산 참사 경찰 진압 과정에 대해서는 사과할 것이 없다는 입장인데…강제 진압으로 인한 사망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가 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국민이 생존 현장에서 격렬하게 저항한다고 해서 무조건 강제 진압해 죽여도 되는가. 어쨌든 경찰을 투입해 철거민들이 죽은 사건이다. 재판 과정에서도 무리한 강제 진압이 참사를 부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관련 내용은 무엇인가.현장에 있던 경찰 정보과 형사가 재판정에 참고인으로 나와 울먹이면서 ‘대화 한번 해보지 않고 바로 진압해서 참사로 이어진 것이 가슴아프다’고 했다. 화재 소방 전문가들도 참사가 뻔히 예상되는 현장을 무리하게 강제 진압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진술했다. 정부가 사과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사 유가족의 생계 대책 마련 요구에 대해 다른 재개발 지역과의 형평성 및 선례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한다.선례를 들이민다면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을 상대로 대화 한번 없이 단 하루 만에 5명을 죽게 만든 진압도 선례가 없다. 사람 6명이 죽은 참사를 계기로 살인적 재개발정책의 전환점으로 삼을 생각을 해야 한다. 오 시장의 그런 태도는 다른 재개발·뉴타운 추진 지역에서 제2의 용산참사가 나든 말든 막개발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 아닌가.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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