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9일 용산 참사 책임을 농성자에게만 전가한 검찰 수사 발표에 반발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한양석 부장판사)가 맡은 용산 참사 관련 재판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릴 중요한 시험대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재판부가 제출하라고 명령한 용산 참사 관련 주요 증거자료 제출을 계속 거부해 파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남일당 건물 참사 현장에서 체포한 생존 농성자 9명을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1만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수사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재판부에 제출한 것은 7000여 쪽. 나머지 3000여 쪽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및 사생활보호, 정치적 악용 소지, 수사기관 내부기록’ 따위 이유를 대며 제출을 거부했다.

과연 검찰이 쥔 3000여 쪽의 수사 서류에는 무엇이 담겨 있기에 법원의 정당한 제출 결정마저 묵살하는 것일까. 검찰은 지난 2월9일 수사발표장에서 “경찰과 용역업체의 책임 규명을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장 자필 진술서와 서면조사서, 서울청 차장 2회 소환조사, 서울청 기동본부장·특공대장·용산서장 등 지휘계통 경찰 간부를 빠짐없이 조사해 검증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법정에 제출한 서류 중 ‘최고 간부’는 현장에 투입됐던 말단 특공제대장의 진술조서뿐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계속 자료 제출을 기피하자 “재판 과정에서 검찰에 불이익을 주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짜깁기 식으로 만들어낸 공소 사실의 틀 안에서 아무리 불이익을 준다 한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의 이런 태도에 대해 구속자 변호인단의 권영국 변호사는 “용산 재판은 수사는 물론 재판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돼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형사법상의 원칙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법원에 검찰 자료 압수 신청서를 낸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법 정의에 반하는 이 재판을 포기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결정과 변호인단의 압박에 검찰은 최근 누락한 서류 200여 장을 마지못해 추가 제출했다. 쥐고 있는 3000여 쪽 중 10%에도 못 미치는 분량이다. 하지만 정밀 분석 결과 이 정도 추가 서류 내용만으로도 검찰의 용산 참사 수사결과 발표 내용과 배치되는 진술이 부지기수로 발견된다.

이는 검찰 수사와 공소 제기가 실체적 용산 참사 진실 규명보다는 농성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퍼즐 맞추기’ 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사IN〉은 변호인단이 공소장과 비교 분석한 추가 수사 자료 내용을 단독 입수해 게재한다.

구속자 변호인단의 증거 제출 신청(왼쪽)을 검찰이 거부한 서류(오른쪽).
‘1월19일 농성이 도심 테러 수준이라 다음 날  특공대 투입했다’는 수사 발표와 배치되는 진술 내용 검찰:1월19일 오후에도 농성자들이 화염병이나 벽돌 등을 투척했나. 경찰특공대 제1제대장 신○○:농성자들은 화염병이나 벽돌 등을 의도적으로 도로 쪽에 던지지는 않았다. 도로 쪽으로 던진 것은 다음 날 새벽 작전을 개시하기 전에 처음 보았다. 19일 오후에 헬기를 이용해 정찰할 당시 돌이나 화염병을 투척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경찰 지휘부가 무리한 현장 특공작전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진술 검찰:진입 후 제1제대장과 특공대장 사이에 무전이 있었나. 특공대원 김○○:제1제대장이 컨테이너에게 망루에 물을 뿌리라는 무전 내용이 있었다. 특공대장이 계속 다그치는 투로 “위에 어떻게 되는 거야, 내가 올라갈까?”라고 하자 “아닙니다, 금방 끝납니다”라는 식의 대화가 있었다. 검찰:특공대원들도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 강제진압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나. 특공대원 김○○:중간에 작전이 변경된 것도 그렇고, 과정에서도 특공대장님이 재촉하는 무전을 하는 것도 좀 신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작전계획대로 진압이 진행되었다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위대가 궁지에 몰리기 전에 진압이 끝났으면 이런 일까지는 없었을 것 같다.

시위대의 시너 투기 및 화재와 관련한 검찰 조사시 진술 번복 내용 검찰:시위대의 시너 투척 상황은? 제1제대장 신○○:진압 직원들이 망루에 들어가고 나서 불이 붙었다. 그때 출입문이 없는 쪽 망루 벽면 위에서 누군가가 망루 뚜껑을 열고 밖으로 통을 내어 무엇인가를 쏟는 것을 보았다. 검찰 :1회 진술에서 시위대가 화염병과 시너를 밖으로 붓고 있는 상황이라 대원들에게 빨리 망루로 진입하라고 명령했다고 하지 않았나. 신○○:사건 당일에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시간적으로 잘못 진술한 것 같다. (검사가 재차 추궁하자) 죄송하다, 사실 겁이 나서 그랬다. (제가) 이미 시너가 뿌려진 상황에서 직원들을 망루 내부로 들여보냈다가 이런 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제 입장에서는 걱정이 돼서 말을 바꾸려고 했다. 그래서 불이 난 후에야 시너를 창밖으로 들이붓는 것을 보았다고 말을 바꾸게 됐다. 죄송하다. 처음 진술대로 2차 진입을 하기 전에 망루 밖으로 시너를 붓는 것을 본 것이 맞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한 1월20일 용산 참사 당시 모습.
농성자가 화염병을 던지기 전 ‘다 죽어’라고 협박조로 외쳤다는 수사 결과와 배치되는 진술 검찰:진술인이 (시위대의) “다 죽어”라는 소리를 불이 망루에 번진 상태에서 들었다는 것인가. 특공대원 정○○:그렇다. 검찰:전회 진술에서는 화염병이 떨어지고 바로 “다 죽어”라고 (들었다고) 진술한 이유는? 정○○:당시는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바로 대답해 그렇게 진술했으나 위 진술이 사실이다.

참사 책임을 농성자들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입을 맞춘 흔적이 드러난 진술 검찰:화재 원인 내지 발화 장소에 대해 초기에는 진술이 제각각이다가, 조사가 계속되면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대동소이해진다. 그 이유는? 제1제대장 신○○:아무래도 사건 직후 조사를 받을 때는 경황이 없어 각자 있는 그대로 진술했는데, 이후 화재 원인이 경찰 측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서로 경험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화재 원인이 농성자 측에 있다는 쪽으로 어느 정도 정리된 내용을 진술하지 않았나 싶다. 이 사건 당시 나도 망루 밖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상황 인식을 못했는데, 망루 안에 있던 대원들은 망루 밖으로 도망쳐 나오기 바쁜 와중에 사고 과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을 거다.

망루 4층에 있던 농성자 1인이 권○○를 향해 던진 화염병이 3층 계단 부근에 떨어져 발화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과 배치되는 진술 내용 검찰:3층에 있던 시위대가 공격한 방법은? 특공대원 김○○(부상자로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되었으나 최초 증거 목록에서 누락):화염병을 계단을 통해 특공대가 있던 2층 안쪽으로 던졌다.

검찰:3층에서 던진 화염병이 2층으로 번졌다는 것인가. 김○○:그렇다. 3층에서 2층으로 화염병이 날아와 망루 1층으로 대피하려 했으나, 1층도 화염에 휩싸여 출입문 쪽에 쓰러졌고 의식불명이 되었다. 특공대원 정○○(역시 누락): 2층에서 2차 진입을 준비하던 김○○는 3층에서 떨어진 화염병의 불이 번져 고 김남훈과 함께 내려오려고 했으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실신했다. 동료가 끌어낸 김○○는 살고, 김남훈은 사망했다. 망루 내 상황도 (시위대가) 화염병을 무차별 투척했다는 검찰 공소와 달라 검찰:망루 안의 상황은? 특공대원 안○○:망루 3층까지는 시위대가 화염병을 투척하거나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하는 큰 저항은 없었다. 1제대가 1차 진입했을 때 골프공 등을 던지며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망루 내부에서 화염병을 투척하지는 않았다. 특공대원 강○○:2층 쪽으로 시위대가 화염병이나 벽돌을 던진 사실이 없고, 3층에서도 별 소리를 듣지 못했다. 특공대원 남○○:망루 내부에 진입했을 때, 화염병이나 돌을 던지지는 않았다. 발화 지점에 대한 진술, 1층 모퉁이로 특정 특공대원 남○○:망루 출입문 바깥쪽 구석에 있을 때 화염병이 떨어져 불길이 치솟았고 이로 인해 망루 외벽에 불길이 붙기 전에는 (망루 내 외부에서) 불길은 없었다. 특공대원 강○○:2층에서 다른 대원과 대기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 쪽) 1층 모퉁이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정확히 목격했다. 당시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은 없었고, 시너를 뿌리는 것도 보지 못했다.   현장 투입 특공대와 소방관에게 시너 등 인화물질의 양에 대해 사전에 전혀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 내용(안전수칙 위반 증거) 검찰:강당에서나 제대별 회의 때 시위 현장에 인화 발화성 물질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나. 특공대원 석○○: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 검찰:진술인은 (전회 진술 시) “정보 형사 쪽으로부터 옥상에 시너도 많고 염산도 많으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사실이 있다”라고 진술했다. 석○○:그런 이야기 듣지 못했다. 조사를 받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검찰:시너통 같은 것이 많으니 화염병 화재뿐 아니라 그 이상의 화재에도 대비하라는 교육은 받지 않았나. 석○○: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화염병에 대비해 소화기를 준비하라고 했을 뿐이다. 검찰:출동 전 화학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않았나. 소방관 노○○:협조공문(1월19일)에 정확한 시너의 양은 나와 있지 않았고, 담당자와 협의할 당시에도 시너가 정확하게 얼마나 있는지 말을 안 했기 때문에, 펌프차로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고 출동 계획을 세웠다. 현장에서도 화염병만 보았을 뿐, 시너나 엘피지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경찰서로부터도 전달받지 못했다. 만약 상당량의 시너가 있다는 정보를 정확하게 알았다면 화학차가 출동했을 것이다. 철거 용역업체 관련 내용 특공대원 정○○:건물 내부로 진입할 때 직접 보지는 못했다. 다만 건물 뒤쪽으로 이동 중에  특공대 작전망으로 “안에 있는 용역 업체 직원들을 모두 밖으로 빼라”는 내용을 들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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