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서울 방송회관 앞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규탄 및 류희림 위원장 사퇴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시사IN 조남진
3월28일 서울 방송회관 앞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규탄 및 류희림 위원장 사퇴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시사IN 조남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월28일 제12차 회의 기준 법정 제재(주의·경고·관계자 징계)는 총 17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법정 제재는 추후 방송사의 재허가, 재승인 심사 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징계 17건 모두 정부·여당에 불리한 보도인 데다 MBC, YTN, CBS 등 특정 방송사에 쏠려 있다. ‘입틀막 심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1997년 설립 이래 선방위가 이토록 존재감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선방위는 왜 지금 논란인가. 문답 형태로 쟁점을 정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와 선방위의 차이는 무엇인가?
방심위는 방송 내용을 심의하고 규제하는 상설 기관이다. 선거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기간에는 방심위가 이를 전적으로 다루기 어려우니 선방위가 일시적으로 운영된다(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방위의 경우 2023년 12월11일부터 2024년 5월10일까지 운영된다). 방심위가 행정적 지원을 하되 선방위의 심의 과정엔 개입하지 않기에 ‘산하기관’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선방위원 9인을 구성할 때 어느 단체에 추천권을 줄지 방심위의 상임위원들이 논의해서 정한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외에 방송사·방송학계·대한변호사협회·언론인단체·시민단체가 한 명씩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다(〈그림〉 참조).

어쩌다 역대 최다 법정 제재를 기록했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방위 회의록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경각심’이다. 지난해 12월21일 열린 첫 안건 회의에서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그동안의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이었다며 “선거의 중요성을 감안해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 “방송사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계도적 성격의 행정지도(의견 제시, 권고)가 대부분이었던 과거 선방위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지난 제21대 총선에 비해 같은 기간의 9배나 법정 제재가 쏟아졌다. 최고 수위인 ‘관계자 징계’는 11차례 나왔다. 이전에(2008년 이후) 선방위가 관계자 징계를 내린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선거방송 심의의 제재 수위가 낮아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엄벌주의’ 기조는 특정 방송사와 프로그램을 유독 향하고 있다. 법정 제재 17건 중 12건이 MBC 프로그램에 내려졌다. 법정 제재를 가장 많이 받은 프로그램은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다. “MBC는 숙주가 된 거다. 신장식이라는 정치인의 정치 홍보를 위한 프로파간다로서 1년 동안 이용당한 거다(김문환 위원, 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적지 않은 국민들이 MBC가 민주당 하청 방송이라고 한다(최철호 위원)” 등의 발언이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라는 호칭을 쓰지 않아서(SBS 〈편상욱 뉴스브리핑〉) 행정지도(권고)가 내려졌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라고 언급한 발언으로(CPBC 〈김혜영의 뉴스공감〉) 법정 제재가 확정되었다. MBC 〈뉴스데스크〉 날씨 코너에서 파란색 숫자 ‘1’로 미세먼지 농도를 표현한 부분,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 “구속시켜야 한다”라고 말한 부분에 법정 제재가 예고되었다. 대체로 패널 구성이 편향되었고, 진행자가 적절히 제지하지 않아 보도의 공정성을 잃었다는 이유다. 3월14일 의견진술을 위해 선방위를 찾은 유창수 CBS 제작1부장은 “과한 표현임은 인정하지만, 방심위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하는 게 왜 선거방송 심의 규정에 저촉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선거와 관련성이 부족한 보도들까지 왜 선방위에서 심의되고 있나?

방심위에 민원이 접수되면 방심위 방송소위 혹은 선방위에서 심의가 이뤄진다(민원인은 공개되지 않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가격 논란을 다룬 MBC 보도까지 선방위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윤성옥 방심위원(야권 추천)은 “방심위와 선방위에서 심의할 안건이 따로 있는데 방심위가 기준도 없이 자의적으로 안건을 배분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대파 가격 논란이 선거방송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선거운동을 한다는 말인가?”

방심위와 선방위의 제재는 같은 효력을 지닌다. 윤성옥 위원은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만약 방심위에서 ‘대파 보도’를 안건으로 올리려면 위원장이 신속심의 안건으로 단독 제의해야 하는데 선방위에서는 비교적 신속하게 심의할 수 있다. 불리한 보도를 신속하게 차단하는 효과가 생긴다.”

방심위 방송심의기획팀은 3월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은 ‘위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안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선방위 위원들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안을 심의 안건으로 직접 상정해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방심위 사무처 측은 해당 보도들이 방심위가 아니라 선방위에서 심의되는 이유를 묻는 〈시사IN〉 질의에 “선방위는 민원인이 선거방송 심의를 신청하거나 선방위원이 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방송 내용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방심위 사무처에서 따로 안건 내용의 타당성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선방위는 방심위와는 다른 별도의 독립기구로서 방송 내용이 선방위 심의 대상인지를 독자적으로 판단한다. 선방위 심의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심의하지 않고, 심의 대상인 방송 내용에 대해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등 심의 규정 위반 여부를 심의, 의결한다”라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 논란을 보도한 3월20일 MBC  화면. ⓒMBC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 논란을 보도한 3월20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다른 선거 보도 심의 기구와 달리 왜 선방위만 편향성 논란이 불거졌나?

심의위원 구성을 두고 지난해 11월부터 방심위 내부에서 반발이 제기됐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선거 보도 심의 기구가 여권 성향의 위원들 다수로 채워지면서다. 방심위는 방송 관련 협회가 추천해온 관행을 깨고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TV조선에 추천권을 주거나, 보수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 시민단체 몫 추천을 맡겼다. 그동안 추천권을 가진 한국언론학회, 방송기자연합회 대신 한국미디어정책학회, 한국방송기자클럽으로 바뀌었는데, 언론계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방위원장인 백선기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류희림 위원장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로 알려졌다.

당시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이 철회를 요구했으나 류희림 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 2인의 결정으로 선방위 구성을 의결했다 야권 몫인 부위원장은 공석 상태다. “그 시점부터 선방위의 정상적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선방위 구성을 여야 합의에 따라 중립적으로 구성하라는 게 법의 취지다.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안 되는 이유다. 방심위가 선방위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 학회, 단체 구성을 마음대로 바꿨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방심위의 존립 근거마저 흔들고 있다.” 윤성옥 위원의 말이다.

선방위원 구성에 방심위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면, 이전엔 달랐나? 위원 구성을 둘러싼 편향성, 전문성 논란은 있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기 방심위원장을 역임한 강상현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보수든 진보든 서로 늘 편파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선거 심의위원들의 구성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의 의견으로 쏠리면 과잉 규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잉 규제는 자칫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지난 2월19일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권재홍 위원(공언련 추천), 최철호 위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두 위원은 공언련의 임원 출신으로서 이 단체가 선방위에 민원을 제기한 안건 심의에 참여했다는 의혹이다.

선거 보도의 공정성을 잃었다는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나?

최철호 위원은 3월7일 제9차 회의에서 “정부·여당 편을 들지 않아서 제재하는 게 아니라 출연자와 내용의 균형을 맞추지 않거나 허위, 왜곡, 과장한 보도를 심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 따르면, 선거방송은 정치적 중립, 공정성, 형평성을 지키고 사실과 의견을 구별해야 하며 출처를 밝혀야 한다. 그런데 공정성(혹은 편향성)을 누가,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백선기 위원장은 MBC 〈뉴스데스크〉의 ‘‘겸직 논란’ 김홍일, 사의 표명 뒤 ‘몰래’ 이임식’ 보도에 대해 “‘비공식’ ‘급작스러운’이라고 썼으면 되는데 ‘몰래’는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정부를 과하게 비난하려고 한 느낌이 든다는 평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정욱 MBC 라디오국 시사콘텐츠 제작파트장은 의견진술에서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겸직 논란으로 언론의 비판이 있던 중, 느닷없이 비공개 이임식을 했으니 언론에서 이것을 지적하지 않는다는 것은 언론의 직무를 방기하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강상현 교수는 보도의 공정성이 산술적 균형을 맞추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언론의 기본 기능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권력이 잘못하면 비판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데 선방위는) 언론의 기본 기능을 하고 있는 걸 문제 삼고 있다.” 무엇보다 보도 가치에 대한 판단은 언론 기관의 고유한 권한이고, 논평의 자유를 되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선방위의 목적은 공정 방송을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로 봐야 한다. 선거방송에 대한 계도적 기능이 선거방송 심의의 기본 목적인데, 지금 그걸 규제해야 하는 기관이 공정성을 잃었다.”

의견진술을 하러 온 제작진들은 위원들에게 “전체 맥락을 봐달라” “민주당 비판도 많이 한다” “6개월이나 1년간의 보도를 통틀어서 한번 봐달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상파 시사 라디오 PD는 이렇게 말했다. “10년 가까이 선거 보도를 해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방송을 할 때 보통 누구를 불러다가 무슨 이야기를 들을지 고민하지 이 방송이 혹시 심의에 걸릴까, 이 아이템이 문제가 될까 의식해본 적이 없다. (선방위 때문에) 아이템을 바꾼 적은 없지만,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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