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관계자들이 제22대 총선 후보자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 관계자들이 제22대 총선 후보자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후보자 중 2030 세대 비율은 5.4%로, 4년 전 6.1%보다 더 떨어졌다. 1996년 15%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크다. 후보자들 평균 재산은 28억원이다. 돈 없는 젊은 정치 신인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 아닐까?

정치에는 돈이 든다. ‘돈 안 쓰는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비현실적 꿈이다. 정치에 돈이 든다면 합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치자금법의 주요 목적은 부정한 정치자금을 규제함과 동시에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돈이 있는 사람들만 정치에 도전할 수 있다면 곤란하다.

정치자금법은 적법하게 정치자금을 모으는 수단 중 하나로 후원회 제도를 둔다. 그동안 정치자금법은 선거와 무관한 기간에는 중앙당과 국회의원만 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지방의회 의원을 후원회 지정권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지난 2월 정치자금법이 개정되어 오는 7월부터는 지방의회 의원도 상시 후원회를 설치하여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다. 지방의회 의원까지 후원회를 상시 운영하면 대가성 후원으로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후원회가 난립하게 될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은 엄격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정치자금을 조달하도록 하고 있고,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 한도에도 제한을 두고 있으므로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후원회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치는 가장 진입장벽 높은 시장?

개정된 정치자금법에 따르더라도 선거에서 ‘낙마’한 정치인의 경우 여전히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국회의원이 되면 국회의원 보수인 세비 외에 의원실 직원 인건비, 운영 경비 등 추가예산이 매년 수억 원씩 배정되고, 거기에 더하여 선거가 없는 해에는 1억5000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모을 수 있다. 반면 원외 정치인은 선거가 없는 해에 후원금을 받으면 불법이다. 정치자금법상 후원회를 운영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원외 정치인이 현직 국회의원과 경쟁하기 위한 자금력은 절대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정치야말로 ‘승자독식 시장’ ‘가장 진입장벽 높은 시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원외 정치인이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할 방법이 없는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하여 여러 차례 헌법소송이 제기되었지만, 헌법재판소는 매번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정치자금은 애당초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되어야 하고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인데, “정당이나 국회의원 그리고 국회의원 입후보 등록자는 이미 정치활동을 위한 경비의 지출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명확한 위치에 있는 자들인 반면, 단순한 국회의원 입후보 예정자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러한 위치를 인정할 것인지가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아니하다”는 것이다. 현직 의원과 원외 정치인은 그 지위와 역할이 다르고 원외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은 그 용도가 불명확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방의회 의원도 후원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선거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유권자들이 정치활동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거가 종료된 이후에도 유권자들이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지향하는 정책적 목표를 실천하는 정치인에게 후원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진정한 입법기관으로 거듭나려면 선거 기간이 아닌 평상시에도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정당의 주류 목소리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지속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부작용이 염려된다면, 정치자금의 출처와 용도를 더욱 투명하게 밝히고 그 한도를 적절히 정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소신 있게 싸우고 석패한 정치인들의 다음 정치를 응원하고 싶다.

기자명 이혜온 (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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