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현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이종섭 현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부의 수해 대응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폭우가 쏟아진 2022년 8월8일, 서울 신림동 빌라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불어난 물 때문에 숨졌다. 이들은 119에 수차례 연락했다. 신고가 많았던 탓에 구조가 여의치 않았다. 이튿날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 “아, 주무시다 그랬구나” 같은 말을 했다. 대통령실은 반지하 앞에 우산을 쓴 채 쭈그리고 앉은 대통령의 모습을 카드뉴스로 만들었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국정 홍보에 이용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바로 게시물을 내렸다. 아픈 기억이다.

2023년 7월15일, 폴란드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고, 귀국일은 이틀 미뤄졌다.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충청·경북 등에 호우 피해가 심할 때였다. 국내 수해 피해가 큰데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를 검토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당장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라고 말했다. 비난이 쏟아졌다.

수해 직후인 2023년 7월20일, 해병대 채 아무개 상병이 구명조끼도 없이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숨졌다. 비극적 사건이었다.

무엇이 채 상병을 죽음에 이르게 했나. 그 수사를 맡은 이가 박정훈 대령이었다.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를 결재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튿날 태도를 바꾸었다. 언론 브리핑 취소와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박 대령은 윤 대통령의 격노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폭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에 나섰다. 이종섭 전 장관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다. 윤 대통령은 그런 그를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직후 공수처는 그를 4시간 동안 조사했다.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 해제 이후, 그는 대통령 신임장 수여식도 없이 호주로 떠났다. ‘도주 대사’ ‘호주런’이라는 말이 나왔다.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 해병대 군사경찰단장 등 보직에서 해임됐다. 〈시사IN〉은 지난 연말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그가 경기 화성 해병대 사령부로부터 2㎞ 떨어진 건물에서 혼자 근무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보직해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의 친구에 따르면, 박 대령은 여전히 그 사무실에 혼자 있다. 박정훈은 외딴곳에 있고, 이종섭은 호주에 있다. 한 병사의 죽음이 권력형 사건으로 점점 더 달려가고 있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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