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4일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출교 징계를 당한 이동환 목사. ⓒ시사IN 박미소
3월4일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출교 징계를 당한 이동환 목사. ⓒ시사IN 박미소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돌로 튼튼하게 쌓은 구축물, 지켜야 할 대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보루(堡壘)’라는 말은 보통 ‘최후’라는 단어와 함께 우리를 지키는 마지막 수단을 일컬을 때 주로 사용된다. 최후의 보루, 우리 사회에서 그 역할은 누가 담당하고 있을까? 한국 사회는 그 역할을 법원 재판에 부여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27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27조 제3항).’ 여기서 깨지고 저기서 터지고, 인권침해를 당한 시민들은 피해구제를 위해, 그리고 더 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법원을 찾는다. 최근 종교재판으로 출교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동환 목사도 마찬가지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인 이 목사는 2019년 8월31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를 금지’한 종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020년 6월 종교재판에 넘겨졌다. 4년 동안 이어진 4회의 종교재판에서 그는 ‘축복은 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월4일 교단 최고 재판기구인 총회재판위원회는 그의 ‘출교’를 확정했다. 그는 이제 10년 넘게 목회자로 몸담았던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교인이 아니게 되었다.

출교 징계가 확정되기 전 그는 두 차례 법원 문을 두드렸다. 목사라는 직분을 2년 동안 정지당했던 그는 또다시 종교재판에 기소가 될 경우 면직되거나 출교를 당할 수 있기에 ‘2년 정직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2023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그가 우려한 대로 2023년 6월 종교재판에 재기소를 당했다. 그는 절차 위반으로 한 차례 공소가 기각된 이후에도 재차 종교재판에 넘겨진 2023년 10월, 절차를 위반한 종교재판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제기했다.

민사소송법 제199조에는 ‘판결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5월 이내에 선고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2023년 2월에 제기한 재판은 5개월 이내 선고는커녕 5개월이 지난 2023년 8월 말에야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판결이 나지 않고 있다. 종교재판에 재기소를 당해 담임목사 직임이 정지된 2023년 10월, 종교재판 절차를 정지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막아달라는 절박한 마음을 담아 제기한 가처분신청 또한 한 차례 심문기일을 진행한 뒤 5개월째 실종된 상태다. 그사이 종교재판에서 출교 징계가 확정되었다. 이동환 목사에게 법원 재판은 최후의 보루가 되지 못했다.

종교단체 자율권은 사법심사 대상 아닐까?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진행 중인 법원 재판 두 건에서 ‘종교활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에 의하여 보장되어 있고, 국가기관인 법원은 종교단체의 내부 관계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종교단체의 자율권은 사법심사의 통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출교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이동환 목사가 법원에 제기할 경우 법원은 다시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총회재판위원회는 출교 징계를 확정하며 교단이 교리와 장정을 앞세워 성소수자를 탄압한다는 식의 확대 해석은 삼가야 한다고 밝혔지만,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목사를 교단 밖으로 축출한 교단의 출교 징계가 성소수자 차별, 혐오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단순히 한 목회자가 종교단체 구성원으로 인정받는지 여부를 넘어 성소수자가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는지와 직결되는 문제다. 종교단체의 자율권이라는 선을 넘은 이번 출교 징계에 대해 법원은 헌법이 부여한 최후의 보루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기자명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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