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보물섬학교 앞 뜰에 선 김태은·김원·정한비 학생(왼쪽부터). ⓒ시사IN 신선영
제주시 보물섬학교 앞 뜰에 선 김태은·김원·정한비 학생(왼쪽부터). ⓒ시사IN 신선영

제주 보물섬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세월호를 기억하는 제주 청소년 모임’의 김원 총대장(17), 김태은 홍보대장(17), 정한비 회원참여대장(17)은 3년째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여객선의 안내방송과 탈출장치 등을 확인하는 ‘안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유가족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올해는 10주기를 맞아 제주에서 출발해 4월16일 안산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자전거 순례단’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이번이 세 번째예요. 8주기를 처음 준비할 때 ‘세월호 제주 기억관’ 신동훈 운영위원장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교내 행사 기획과 달리 많은 사람과 연대하는 활동은 처음이라 서툴렀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 단단해지고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어요. 유가족분들이 저희한테 항상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앞으로 저희가 살아갈 세상을 안전한 사회로 만들겠다고 나서주시는 게 오히려 감사한 일이잖아요. 그분들이 계셔서 저희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알아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몰랐다고 말하던 책임자들을 보며 저는 절대 거짓말하는 어른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이 사회가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전까지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요.” (김원 총대장)

“어릴 때라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저희가 활동하다 보면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세월호는 저에게 희망적인 의미도 있어요. 지금은 다른 청소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가끔 어른들이 시켜서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언젠가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서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요. 8주기, 9주기 기억식이 끝나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노래에 맞춰 청소년들이 춤을 췄어요. 그때 거기 계신 관객분들이 다 함께 일어나 춤을 추면서 마무리하던 순간이 굉장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어요. 준비하는 건 힘들었지만, 그때는 너무 행복했어요.” (김태은 홍보대장)

“다른 중고등학교에 미리 연락해서 방문하고 리본을 나눠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희 모임도 알리고 회원을 모집하기도 하고요. 현재 회원은 40여 명이에요. 제주도 내 170여 곳에 ‘리본 나눔터’가 있어요. 서점·편의점·카페 등 일상적인 곳이죠. 그중 다섯 군데를 ‘노란 기억터’로 만들 예정이에요. 행사를 진행하면서 좋은 분들과 인연이 되어 이야기 나누고 활동할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사람들이 저희를 알아봐 주시는 것도 좋았고요.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계속 참사가 일어나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활동을 하지 않으면 그런 일이 반복될 것 같아요.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변화된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활동하는 거예요.” (정한비 회원참여대장)

2월25일 제주에서 출발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 시민행진단‘의 도보 행진에 참여한 ‘세월호를 기억하는 제주 청소년 모임’ 회원들. ⓒ시사IN 신선영
2월25일 제주에서 출발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 시민행진단‘의 도보 행진에 참여한 ‘세월호를 기억하는 제주 청소년 모임’ 회원들.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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