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8일, 총선을 80여 일 앞두고 여야는 나란히 저출생 정책을 발표했다. 양당이 내놓은 정책의 구체적 모습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현금성 지원을 늘려 출산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 아이를 출산한 부모가 받을 수 있는 현금성 지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아이를 낳자마자 받을 수 있는 ‘첫 만남 이용권’이 있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200만원 상당 바우처가 지급된다(둘째 이상일 경우 300만원). 아이가 생후 23개월이 될 때까지 ‘부모급여’도 받을 수 있다. 아이가 만 0세일 때는 매달 100만원씩, 만 1세일 때는 매달 50만원씩 지급된다. 마지막으로 ‘아동수당’이 있다. 아이가 만 7세가 될 때까지 매달 10만원이 지급된다(〈그림〉 참조). 수당뿐 아니라 ‘육아휴직급여’ 역시 현금성 지원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다만 육아휴직급여는 고용 상황과 임금수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가정마다 각기 다른 액수가 지급된다.

현금성 지원 확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아동수당 지급 대상이 아닌 만 8세부터 17세 자녀에 대해서도 1인당 월 2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둘째 아이부터 정부가 사실상 50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도 내놓았다. 최대 1억원 대출을 제공해 첫째 자녀가 태어나면 대출을 무이자로 전환하고, 둘째·셋째 자녀를 낳으면 각 5000만원씩 원금을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육아휴직급여 상향에 집중했다. 현재 월 150만원으로 설정되어 있는 육아휴직급여 상한선을 월 21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부모 모두 육아휴직 1개월을 의무화해 남성도 육아휴직을 꼭 쓰도록 하겠다는 정책도 내놓았다.

과연 여야의 저출생 정책은 속절없이 하락하는 출산율을 막을 수 있을까. 〈시사IN〉은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여성들에게 생각을 물었다. 이들은 현금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출생률을 반전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1개월 아이를 키우는 김샘이씨(36)는 시간이 지날수록 육아에 점차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기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은 분유와 기저귀 값 정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아이가 커갈수록 옷과 신발, 책 등 점점 사야 할 것이 다양해졌다. 다달이 드는 금액을 대략 계산해보면 1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 그에게 매달 총 110만원씩 들어오는 부모급여와 아동수당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난해 총 80만원이던 현금 지원이 110만원으로 늘어나며 아이에게 들어가는 대부분의 비용을 정부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당장 3월부터 김샘이씨의 걱정은 더해질 전망이다. 만 1세를 기준으로 부모급여가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어든다. 1년이 더 지나면 부모급여는 사라지고, 아동수당 10만원이 국가로부터 받는 현금 지원의 전부가 된다. 김씨는 “출산했을 때는 정부에서 이것저것 다 해주겠다고 하는데, 불과 2년만 지나도 사실상 지원이 거의 사라진다. 책임을 나누지 않을 거면서 말만 좋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2022년 1월4일 서울 송파구 잠실4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첫 만남 이용권’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2022년 1월4일 서울 송파구 잠실4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첫 만남 이용권’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아이를 키우면 노후가 걱정되는 현실

만 6세와 4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고운정씨(34) 역시 육아 중인 부모에게 재정적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영유아 부모에게 지급되는 현금성 지원이 절대적으로는 적지 않다. 적어도 육아휴직으로 소득 절벽이 생기는 영아(1~12개월)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는 노후 계획과 맞닥뜨렸을 때 불거진다. 맞벌이를 하는 고씨는 이렇게 말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윳돈이 적어서 노후 대비를 하는 데까지는 무리가 있다.” 공적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이러한 상황은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출산 직후’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는 출산율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경제적 지원보다 구조적 개혁을 더욱 강조한 이들도 있다. 이들은 경제적 지원이 출산을 망설이는 사람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출산율을 올리는 데 결정적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들이 임신과 출산, 양육 과정에서 겪은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첫째를 출산한 이윤지씨(가명·25)는 한 달 된 초보 엄마다. 출산 후 아직 집 밖을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요새 최대 걱정은 복직이다. 현행법상 최대 18개월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회사 눈치가 보여 6개월만 휴직을 하고 복직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출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씨는 이미 회사의 눈치를 보게 됐다. 이직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임신을 한 그를 동료·상사들은 ‘회사에 오래 다닐 마음이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기 일쑤였다. 출산을 앞두고 그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회사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는 “원래는 둘째를 가질 계획도 있었다. 홀로 큰 아이는 외롭다고들 하니까 동생을 만들어줘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휴직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지금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 이직을 또 해야 하나 싶은 마음까지도 든다”라고 말했다.

22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이은혜씨(33)는 아이를 출산한 후 이사를 가야 했다. 원래 이씨가 살던 곳은 시부모가 거주하는 천안이었다. 그런데 시부모는 육아를 도와줄 여력이 되지 않았다. 이미 또 다른 손자를 돌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쏟기 위해 프리랜서 일을 선택했지만,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이씨는 친정 부모가 있는 전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부부가 맞벌이하면서 자신만의 힘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은 현재 상황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경제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더 문제다.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자명 주하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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