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이은 서거는 국내의 정치 세력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단기적으로는 민주개혁 성향 지지자들을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에 재결집하게 하는 등 야권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두 ‘거물 정치인’의 존재감 부재, 지적·윤리적 권위의 상실 등으로 인한 야권의 분열로 귀결되리라는 지적이다. 이미 극우적 성향의 논객 중에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가리켜 “(이른바) ‘좌파’의 운이 다했다”라며 흥겨워하는 이도 있다.

한국에서 ‘진보’로 분류되는 인물·사상·지식은 우리 근현대사를 발전시켜온 거대한 양 갈래 흐름 중 하나다. ‘진보’는 인류사에 유례없을 정도의 속도로 이루어진 한국 경제 발전의 그늘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고, 후발 자본주의국으로서는 유일하게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병행’을 이루어냈다. 이런 ‘진보’에서 ‘왼쪽’에 속하는 인물·사상·지식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진보’의 ‘오른쪽’은 11년여 전, 정권에 진출하면서 그간의 ‘한국 사회 비판’을 뛰어넘어 정치·경제·사회 제도들을 직접 설계해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적 대세였던 신자유주의 물결은, 평등을 중시하는 세력이 집권한 시기에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진보’를 몰아붙였다. 진보는 대외적으로 기대를 배신했고, 내부적으로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시사IN〉이 ‘진보의 재구성’을 연재하기로 한 이유는 이런 상황들, 그 자체다. 다음은 이 연재의 몇 가지 원칙이다.

첫 번째, ‘진보의 재구성’은 모두 10회에 걸쳐 격주로 연재한다.

두 번째, 〈시사IN〉의 이번 연재에서 ‘진보’는 ‘차별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각종 인물·지식·사상들을 이 범주 내에 포괄하기 위한 실천적이고 무정형적인 개념으로 간주된다. 자칭 좌파 지식인 중 일부가 즐기는 ‘누구는 어떤 주장을 하기 때문에 진보이고 혹은 진보가 아니다’라는 식의 ‘진보 카스트’ 놀이를 배격한다. ‘규제(반미)는 진보이고 시장(친미)은 진보가 아니다’라는 차별도 거부한다. 오히려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거나 진보로 간주된 바 있는 인물·사상·지식이라면, 그 가능성을 관대하게 검토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용했던 영미형 자본주의, 북유럽 사민주의, 케인스주의, 자본주의의 다양성 논의, 근본주의적 혁명론과 개인주의까지 진보라는 범주 아래 다룰 계획이다.

세 번째, 이번 연재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런 ‘진보’ 개념과 관련된, 국내외의 여러 논의를 쉽고 간략하게 서술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터뷰·기고·해설 따위 다양한 서술 방식을 동원할 것이다.

네 번째, 구체적인 연재 주제는 다음과 같다(다만 이후 사정에 따라 차례가 바뀌거나 부분적으로 주제가 변경될 수는 있다).

1. 미국형 사회민주주의(로버트 라이시, 진 스펄링, 클린턴, 오바마)2. 신케인스주의(폴 크루그먼, 스티글리츠)3.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비그포르스, 칼레비, 렌-마이드너)4. 영국 신노동당(기든스,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5. 자본주의의 다양성(폴라니 등)6. 근본주의적 혁명론자들(레닌, 트로츠키, 토니 클리프)7. 포스트 마르크시즘, 자율주의, 노동 거부(네그리 등)8. 교육과 사회(보울스, 긴티스)9. 세계 금융위기와 그 대안(실러 대 크로티)10. 좌담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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