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정보통신) 업계의 스타 경영인 샘 올트먼이 오픈AI(챗지피티 개발 업체) CEO 자리에서 쫓겨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MS)에 고용되었다. 오픈AI의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도 올트먼과 함께 퇴출되었다가 MS로 들어갔다. MS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11월20일, 두 사람이 MS의 새로운 최첨단 AI 연구팀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올트먼 퇴출 사건의 경과

올트먼이 오픈AI에서 쫓겨난 것은 지난 10월17일이다. 올트먼은 자신과 브록먼이 포함된 이사회(이사는 6명)의 화상회의에서 퇴출을 갑작스럽게 통보받았다. 나머지 4명의 이사들이 그를 몰아냈다.

오픈AI의 전 CEO인 샘 올트먼(오른쪽)과 ‘올트먼 해고’ 직후 임시 CEO로 선임된 에넷 시어(왼쪽). ⓒAFP PHOTO
오픈AI의 전 CEO인 샘 올트먼(오른쪽)과 ‘올트먼 해고’ 직후 임시 CEO로 선임된 에넷 시어(왼쪽). ⓒAFP PHOTO

챗지피티를 지구적 화제로 만든 올트먼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는 IT 업계, 오픈AI에 투자한 MS와 벤처캐피털들, 직원 대다수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대중적 인기도 높았다. 그러나 이사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그의 해고 사실을 몰랐다. 심지어 오픈AI에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사실상 모기업’ ‘실질적 소유자’ 등으로 불렸던 MS마저 해고 발표 1분 전에 그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11월20일)에 따르면, 이사회가 확실한 해고 이유를 밝히지 않는 사이, “충격은 실망으로, 나아가 분노로 바뀌었다.”

해고 이후 48여 시간 동안 상황은 폭포처럼 전개되었다. IT 업계의 다른 거물들과 투자업체, 직원들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올트먼 해고에 격렬하게 항의하면서 ‘복직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사회의 결정 번복을 기대했다. IT 전문 언론 〈더 벌지(The Verge)〉(11월20일)가 다수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올트먼도 복귀 협상을 벌였다. 올트먼은 11월18일 밤 X(트위터)에 “나는 오픈AI 팀을 정말 사랑한다”는 게시물을 올려 하트 이모티콘의 물결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오픈AI 이사회는 11월18일, ‘올트먼 해고’에 쐐기를 박고 만다. 〈뉴욕타임스〉(11월20일)에 따르면, 이사회는 이날 늦게 발표한 직원들에 대한 메시지에서 ‘올트먼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며 트위치(Twich, 게임 서비스 회사) 설립자인 에멧 시어(Emmett Shear)를 임시 CEO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올트먼과 그의 충성파 직원들이 MS로 옮겨 새로운 AI 연구팀을 구성한다는 소식이 나왔고, 이는 다음날인 11월20일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발표로 현실화되었다.

오픈AI 웹사이트의 ChatGPT 페이지에 표시된 텍스트. ⓒAP Photo
오픈AI 웹사이트의 ChatGPT 페이지에 표시된 텍스트. ⓒAP Photo

오픈AI 이사회 내의 이념적 반목

〈파이낸셜타임스〉(11월20일)는 이 사태가 “회사를 이끄는 핵심 그룹의 성격과 야망이 매우 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픈AI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는 모두 6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중 2명인 올트먼과 브록먼은, AI 붐을 일으킨 딥러닝 기술의 전문가라기보다 테크(기술)와 자본시장 사이를 오가며 스타트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데 능통한 경영자들이다. 돈 되는 기술을 선별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두 사람은 챗지피티가 일대 선풍을 일으킨 이후 오픈AI의 확장 및 상용화를 거세게 밀어붙여 왔다.

다른 4명의 이사는 대체로 컴퓨터 과학 및 AI 전문가인 동시에 ‘AI와 사회 간의 관계(AI 거버넌스)’를 연구하거나 관련 사업을 벌여온 사람들이다. 오픈AI의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는 올트먼, 브록먼과 함께 오픈AI로부터 보수를 받는 ‘사내 이사’ 중 한 사람이다. 사외이사로는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페이스북 CTO를 지냈으며 ‘지식 문답 사이트’ 쿼라(Quora) CEO기도 한 애덤 디앤젤로(Adam D’Angelo), ‘AI 거버넌스’ 전문가인 타샤 맥컬리(Tasha McCauley)와 헬렌 토너(Helen Toner) 등이 있다. 사외이사들은 오픈AI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는다.

수츠케버 등 4명의 사내외 이사들이 올트먼과 브록먼을 쫓아낸 장본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AI가 인류의 장기적 번영과 생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이를 위한 적절한 발전 속도 및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대 이후 테크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쳐온 철학 및 운동인 ‘실질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가 지적 배경이다.

이 같은 이사들 사이의 ‘이념적 차이’가 ‘올트먼 해고’ 사건의 기본적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REUTERS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REUTERS

오픈AI의 사명

이사들 간의 이념적 반목을 전제로 하는 또 하나의 설명이 있다. 〈더 벌지〉에 따르면, 올트먼은 최근 오픈AI의 ‘대규모 언어 학습 모델(챗지피티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에 특화된 맞춤형 반도체(TPU) 생산을 위해 새로운 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었다. MS와도 이 반도체 생산을 위한 협업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정보를 다른 이사들과 공유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번 해고 사태가 불거졌을 가능성도 있다.

오픈AI 이사회는 11월19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샘(올트먼)은 이사회와 상호 소통에서 투명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이사회의 의무인 효과적 감독 능력을 약화시켰다”라며 “(올트먼 해고가) 오픈AI의 사명(mission)을 지키고 발전시킬 유일한 길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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