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주하은·박미소 기자가 영국·미국의 ‘금융 이해력’ 교육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금융이 발달한 두 나라에서는 학교 혹은 비영리단체에서 어떻게 금융 교육을 할까?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그 취재의 결과물이다.
2021~2022년 동안 국내에서 했던 취재가 쌓여 이 기획을 하게 되었다. 부채 문제를 취재하던 김동인 기자가 2021년 초에 금융 상담 현장에 있는 전문가에게 ‘악성 채무 문제로 찾아오는 청년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불법 사기대출 피해가 많았다. 혹시 ‘작업 대출’이나 ‘내구제 대출’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는가? 작업 대출은 위변조된 소득 증빙 자료를 통해 금융기관으로 대출을 받게 해주는 대신 고액의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을 말한다. 내구제 대출은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급한 돈이 필요한 사람이 자기 명의로 스마트폰 등을 할부 구입한 뒤, 그 물건을 대부업자에게 넘기고 그 판매대금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둘 다 불법이다. 그때 한 청년금융지원 단체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농어촌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 가운데 은행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이들도 있다. 은행이 주변에 없었으니 막연하게 은행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여겨 1금융권인 은행 말고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찾는다.”
청년 부채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후에도 관련 취재를 이어나갔다. 한번은 한 대부 중개 사이트에 올라온 대출 요청 게시물 55만여 건을 분석해 기사를 쓰기도 했다. ‘내구제 대출’이라는 말도 그 기사를 데스킹하다가 알게 되었다. 청년층 부채 문제 기사들을 쓸 때마다 김 기자가 강조하던 대목이 있다. 학교에서 금융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은행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이 불법이고 사기인지 정말 모르더라는 것이다. 금융을 모르는 상태에서 200만원을 빌렸다가 결국 1000만원이 넘는 돈을 갚는 경우도 있더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랬다. 대개 우리들은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전세금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창구에 앉아 식은땀을 흘린 기억도 난다. 어려서부터 금융 교육을 받았다면, 조금 나았으려나. 금융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개인 금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닐 테다. 하지만 금융 교육이 있었더라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어느 곳을 두드려야 하는지는 알 수 있지 않았을까. 미국과 영국의 금융 이해력 교육 현장을 들여다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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