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 국채 ‘신용 전망’을 하향 조정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무디스는 지난 11월10일, 미국의 국가(국채)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신용 전망(outlook)은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인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며(정부의 차입비용도 상승), 정부 부채를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미국 정부는 지출을 축소하거나 세입을 늘리는 등 재정 건전성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보이지 않는다고, 무디스는 평가했다.
번번이 연방정부 기능이 중단되기 직전까지 치닫는 미국의 치열한 당파싸움도 신용 전망을 내린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미국은 매년 행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이나 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디폴트(국가부도)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재정 운영 관련 법안들이 공화당 다수인 하원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다가 ‘긴급 사태’ 발생 직전에야 아슬아슬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올해 들어 두 번이나 벌어졌다. 지금은 세 번째 위기가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17일까지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 중 상당수가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셧다운이 불가피하다.
옐런, “미국 경제는 강력하고 미국채는 안전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11월13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재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무디스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로이터(11월14일)에 따르면, 옐런 장관 역시 기자회견에서 장기 금리(차입비용) 상승이 지속되면 미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 장기 금리의 대표적 지표 중 하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9월 말부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4.5%에서 5.0% 미만을 횡보하고 있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미국 경제가 강력한 상태이며 미국 국채 역시 여전히 안전하고 유동적(미국채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풍부하다는 의미)”이라고 무디스를 반박했다. 재정적자 축소 및 국세 행정 효율화 계획을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신뢰감 있고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의 경로에 전념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옐런 장관은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에게 오는 주말쯤 발생할 수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현실화되는 경우,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순간에 불필요한 경제적 역풍이 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2023 회계연도 적자 1조7000억 달러
무디스와 함께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11년 ‘부채한도 상향’ 논란 당시에 이미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시킨 바 있다.
지난 9월30일 마감된 미국 2023 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약 1조7000억 달러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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