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유독 많이 들려오는 뉴스가 있다. 미군 공습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서부 파라 주에서 100명 가까운 민간인이 희생된 것을 비롯해 같은 달 서부 발라 불루크 지구에서 교전 도중 미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전에서 병사가 사망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왜 이렇게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일까?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군의 공습이 진행 중이다. 하늘에서 갑자기 비행기가 나타나 마구 공격을 퍼붓기 때문에 아프간과 파키스탄 사람들에게 미군의 공습은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다. 미군 공중 폭격기가 시야에 보이기 시작하면 아무리 도망가도 이미 사격 사정거리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U.S. Air Force미군은 무인 항공기를 5500대 운영하고 있다. 왼쪽은 무인 항공기 프레데터.
파키스탄 국경에서 취재 중인 파키스탄 지오 텔레비전의 사미르 기자는 “미군의 공습은 갑작스럽고 무자비하게 벌어진다. 공격을 피할 수도 없다.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가족을 바라보며 작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우리는 탈레반이 아니에요’라고 외쳐도 미군기는 가차 없이 마을 전체를 날려버린다”라고 말했다.

민간인 대량 희생을 가져오는 주범인 미군 공습기는 무인 항공기이다. 비행기 안에 조종사는 없고 비행기 자체가 로봇이다. 프로그램화되어 공격지로 날아와 약속된 공격을 마치고 떠나는 기계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밑에서 사람들이 ‘우리는 무고한 시민입니다’라고 백기를 흔들며 소리를 질러도 이 로봇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그래서 아프간 민간인 대량 학살을 가져오는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전투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이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아프간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오바마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공상과학(SF) 영화의 소재로만 생각되던 로봇 전쟁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12년까지 인간 병사와 전투 로봇이 합동작전을 펼치는 실전 부대를 창설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아프간에서는 현실이다. 이렇게 로봇을 전쟁에 도입하게 된 계기는 미군의 미래전투체계(Future Combat System:FCS)라는 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미국 육군이 2003년부터 군 첨단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이 미래형 전투 시스템은 부시 정부 시절, 한창 이라크 전쟁에 미국 정부가 흥분하고 있을 때 럼스펠드 당시 국무장관과 미국 육군이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보잉·BAE 시스템스 등과 의기투합해서 야심차게 추진해 만든 것이다. 군수업체는 돈 벌어서 좋고 미군은 더욱 강한, 그리고 영화처럼 멋있는 미군을 만들 수 있기에 서로 뜻이 맞았던 것이다. 

ⓒU.S. Air Force미군은 무인 항공기를 5500대 운영하고 있다. 위는 무인 항공기를 통제하는 모습.
애리조나 공군기지에서 무인 항공기 ‘조종’

현재 ‘유인 전투장갑 차량 8종’ ‘무인 로봇 차량 3종’ ‘스마트 지상센서 1세트’ ‘무인 비행기’ ‘소형 무인 지상차량’ ‘이동식 무인 미사일 발사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2015년 1개 여단을 시작으로 실전 배치된다. 이런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국(DARPA)을 포함한 각국의 주요 무기 연구기관들은 미래전투체계에 무인전투 차량을 포함하는 등 전투 로봇의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군은 특히 이번 아프간 전쟁을 통해 이 첨단 사업의 성패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전선에는 현재 로봇 약 2000대가 활약 중이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4300명 이상 전사자를 낸 미군 측으로서는 로봇이 매력적인 무기일 수밖에 없다. 로봇은 전투 도중 다쳐도 금방 수리해서 다시 전투에 투입해도 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부작용도 없다. 모병하기가 쉽지 않은 미군 병사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로봇에 구미가 당길 만하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이 FCS 사업의 실험 단계로 시행되는 대표적 로봇 무기가 무인 비행기이다.

이 무인 비행기는 미국 애리조나의 공군기지에서 조종한다. 과거에는 가족과 떨어져 멀리 아프간 현지에서 직접 전투기를 몰고 매일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며 작전을 수행하던 공군 조종사들이 지금은 아프간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 미국 본토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아침에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며 아프간·파키스탄에 공중 폭격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이 무인 항공기이다. 무인 항공기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라 불린다. 사람이 기체를 타지 않은 채 지상에서 원격 조종하며 조종사가 알아서 상황을 판단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희귀했던 무인 비행기는 미국 육군이 보이지 않는 적을 탐지할 목적 등으로 사용하는 소형 무인 비행기까지 포함하면 2001년 167대에서 현재 5500대로 증가했다.

미군 무인 항공기가 정찰 임무에 그치지 않고 공격까지 하면서 아프간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늘고 있다. 위는 미군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노는 아이.
공대지 미사일 14기 장착한 ‘리퍼’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기종은 ‘프레데터’와 ‘리퍼’라는 무인 비행기이다. 1t이 채 안 되는 프레데터는 최고 비행기록이 40시간30분인데, 시속 130㎞로 비행할 수 있다. 기체 전방에는 센서포드가 장착되어 주야 불문하고 지상을 감시할 수 있으며,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장착해 지상 목표 지점에 폭탄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프레데터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어서 지휘관이 전장의 영상을 볼 수 있다. 2002년 3월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배회하던 프레데터는 SEAL 대원이 탄 헬기가 지상에 추락해 탈레반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미국 본토의 지휘관에게 전송해 충격을 주었다. 이후 프레데터는 24시간 내내 아프간 곳곳에서 도로변 폭탄 매설을 감시하는 등 미군 첩보활동의 주축을 이룬다. 그만큼 생생하게 정보를 미국 본토로 전달하는 무인 비행기는 미군에게 전쟁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Fu-밴드의 위성통신 시스템을 사용하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이 무인기를 조종해 정보를 전송받을 수 있다. 현재 아프간에서 매일 34차례의 정찰비행 임무를 수행하면서 1만60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매월 군에 제공한다. 이들 무인 비행기의 정찰이 2006년에 하루 12차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활동이 크게 늘었다.

이 무인 비행기들이 단순히 정찰 임무에 그치지 않고 공격까지 하면서 아프간에서 민간인 희생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리퍼’는 이 같은 무인 비행기의 최첨단 진화를 보여준다. 전장 36피트(10.8m)에 총중량 5t인 리퍼는 프레데터보다 두 배나 빨리 비행할 수 있으며 두 배 이상 높은 고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난 무기를 적재할 수 있다. 프레데터가 헬파이어 미사일을 겨우 2기 적재하는 데 비해 리퍼는 공대지 미사일 14기를 실을 수 있다. 조 과셀라 공군 대령은 “리퍼는 말 그대로 엄청난 파괴력을 갖춘 공격용 전투기이며 게릴라전에 적합한 로봇이다”라고 극찬했다. 이 리퍼가 바로 아프간 상공에서 무인 폭격을 주도하며 민간인 대량 학살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프레데터는 아직 기본 테스트도 끝나지 않았던 1990년대에 보스니아 내전 등에서 사용되었지만 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대테러전이 한창인 2007년 초부터다. 미군이 얼마나 급하게 사용하고 싶었으면 테스트도 안 끝난 제품을 가지고 전쟁터로 달려갔을까. 탈레반이나 이라크 저항세력 따위 적에게 값비싼 F-22 같은 덩치 큰 전투기보다는 이 무인기가 미군 관계자들에게 효과 만점의 대테러 작전을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번 아프간 전쟁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무인 비행기가 미군의 인명 피해를 줄이면서도 테러리스트의 활동을 탐지하고 이를 공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프레데터와 같은 무인 비행기가 많은 결함이 있는데도 미군이 대테러전에서 선호하는 무기 중 하나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지의 대테러 전쟁에서 무인 비행기의 구실은 갈수록 확대 중이고 무인 폭격기도 화력이 더 월등하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프레데터나 리퍼 같은 로봇 무기로 인한 폭격으로 민간인의 피해가 갈수록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미군은 무인 비행기가 오랜 시간 목표물을 정탐할 수 있기 때문에 폭격을 좀 더 정교하게 해주며, 민간인이 근처에 있을 경우에는 발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막대한 민간인 피해자를 낳는다. 국제분쟁 전문가들도 이 로봇 무기로 인해 전쟁이 잔혹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로봇 무기를 운영하는 측은 희생을 줄일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가혹하리만치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실제 미군의 무인 공격기가 탈레반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한 마을을 공격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로봇 무기의 비윤리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이 가까워지면서 전쟁 로봇의 윤리성 논란은 비켜가기 어려워졌다. 로봇에게 윤리나 자비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민간인 학살을 이 무인기가 주도하면서 이 염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오바마의 아프간 전쟁이 갈수록 아프간 현지의 민심을 잃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군이 로봇과 같은 첨단 무기로 무장하면서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아프간 사람들이 미국에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로봇 무기는 알 길이 없다. 오늘도 아프간 상공에서 무인기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기자명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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