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10월23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과제 보고회’를 열었다. 사회적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기관별로 어떠한 진상규명 과제가 남았는지 돌아보는 자리였다. 경찰·소방·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서울특별시·용산구 각각에 남은 과제들이 164쪽 자료집에 빼곡했다. 경찰청장의 무능과 무책임, 1조5000억원이 들어간 재난안전통신망이 무용지물이 된 이유, 국가재난대응체계의 총책임자로서 행정안전부의 역할과 책임,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미실시 이유 등 그간 제기된 모든 의문이 ‘과제’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국회 국정조사,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법원 재판 등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임에도 많은 과제가 남은 현실을 보며 언론의 역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산적해 있는 과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1년간 한 일의 대부분을 다시 차근차근 해야 한다. 각 기관의 대응 활동을 ‘인명 피해 최소화’에 기여했는지에 따라 다시 파악하는 일을 비롯해 피해자의 2차 피해 추적, 지역 회복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검토까지 실로 어마어마하다. 진상규명 과제를 안은 각 기관을 언론이 힘을 합쳐 감시해야 가능하다. 기자들이 각 부처나 기관을 전담하는 한국의 출입처 제도는 출입처에 대한 비판적 보도의 약화, 기사의 균질화 등 문제 있는 관행으로 여겨지지만, 정부 부처를 함께 감시한다면 어느 정도 장점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이태원 참사의 과제는 단순히 ‘왜 그날 사고가 일어났는가’를 규명하는 데 국한된 것이 아니다. 참사 전후 정치와 관료와 시민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우리는 합의하지 못했다. 심지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의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도 전혀 알지 못한 채 공백으로 남겨져 있다. 게다가 “인력을 배치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핼러윈은 하나의 현상이다(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의 발언으로 우리 사회 정책 결정자들의 안일함, 대응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책임은 윗선이 지는 게 아니라는 정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이러한 기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단초를 제시하는 일도 언론에 맡겨져 있다.
책임 규명을 넘어 사회 통합까지
많은 진상규명 과제는 정부의 역할과 사회의 책임을 드러내고 무엇이 공동선인지 합의하는 과정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 더해 갈등과 반목, 분열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를 통합하는 데에도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감정’을 기반으로 저널리즘을 이해하려 시도하는 영국 카디프 대학의 카린 왈-요르겐센 저널리즘 교수는, 언론 보도가 대중을 한데 모으고 공동체를 강화하는 통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2019). 특히 구성원들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언론이 애도의 표현에 초점을 맞추고, 그러한 감정을 적절하게 묘사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애도하는 분위기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질서와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저널리즘을 상상해볼 수 있을까? 이태원 참사를 함께 추모하고 애도하자는 쪽으로 보도한다면 가능할지 모른다. 이제 그만 추모해도 된다거나, 핼러윈인데 조용해서 어쩌냐는 식의 시선은 우리 사회가 공통으로 추모해야 하는 일에서 이태원 참사를 배제하게 만든다. 이러한 보도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행보와도 맞지 않고, 추모와 ‘반(反)추모’를 나누어 사회를 더욱 갈등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시민적이고 반사회적이다. 몇 년 뒤, 우리는 이태원 참사에서 언론의 역할이 어떠했다고 평가하게 될까. 이제 1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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