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8월29일, 내년 국세 수입을 올해(400조5000억원 추정)보다 33조1000억원 감소한 367조4000억원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주요 세목별로 보면, 내년 소득세(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근로소득세)는 올해 추정치(131조8000억원)보다 6조원 감소한 125조8000억원으로 전망되었다. 종합소득세는 1조7000억원, 양도소득세는 7조3000억원이나 덜 걷히는 반면 그나마 근로소득세는 1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자산시장 불확실성 등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어) 양도소득세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임금상승 및 취업자 증가 등으로 근로소득세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소득세 6조원↓, 법인세 27조3000억원↓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수입이 “기업실적 둔화 등”에 따라 올해 105조원(추정치)에서 77조7000억원으로 27조3000억원 떨어질 것으로 봤다. 상속증여세도 17조1000억원에서 14조7000억원으로 2조4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부가가치세도 올해 83조2000억원에서 81조4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는 감세를 통해 경제활력을 되살리겠다며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의 세법들을 개정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를 주로 ‘자산시장 불확실성’ ‘기업실적 둔화’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이에 감세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내년에 세수가 얼마나 줄어든다’고 할 때 기준으로 삼은 ‘올해 세수’ 역시 추정치일 뿐이다. 올해 상반기 세수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9조7000억원이나 줄었고, 세수진도율(정부가 1년간 목표로 잡은 국세 수입과 비교해 실제로 걷은 세금의 비율)도 44.6%에 그친 점으로 미루어볼 때 ‘올해 세수’ 역시 추정치만큼 걷힐지 불확실하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에 대해서는 현재 재추계 작업 중이며, 결과는 9월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유다.
역대 가장 낮은 정부지출 증가율
한편 윤석열 정부가 같은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예산의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2.8%(18조2000억원) 증가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되었다. 기획재정부는 “2.8% 지출 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며 “강력한 재정 정상화로 총지출 증가 규모를 억제하여, 국가채무 증가 폭을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1.8조원으로 축소하는 등 미래세대 부담을 최소화하였다”라고 밝혔다.
‘2.8% 증가율’은, 내년에도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정부지출은 확장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증가분 중 상당 부분을 보건, 복지, 고용 등 민생 부문에 할당하기로 계획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내년엔 총선도 예정되어 있다. 그 대신 연구‧개발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원에서 내년엔 25조9000억원으로 5조2000억원(16.6%)이나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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