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슈를 취재할 때마다 새 폴더를 만든다. 취재 정리나 인터뷰 속기, 관련 자료를 저장하는 용도다. 취재를 시작한 날짜와 이슈의 명칭을 합해 폴더명을 짓는다. 2015년 기자가 된 이후 쭉 따라온 루틴인데, 요 몇 년 동안은 취재 폴더가 하나에 멈춰 있었다. ‘200130 코로나.’
2020년 1월30일 코로나19 취재를 시작하고, 이 이슈를 쫓는 동안에는 기사를 쓸 때마다 순서대로 숫자를 붙여 ‘200130 코로나’ 폴더 안에 하위 폴더를 만들었다. 1. 진단검사 2. 바이러스 특성 3. 치료제 4. 백신 5. 마스크. 이런 식으로 하위 폴더는 3년 사이 60여 개로 늘어났다. 지난 5월 오랜만에 ‘200130 코로나’ 폴더에 하위 폴더를 추가했다. 폴더 이름은 ‘62. 팬데믹 끝.’
엔데믹 선포를 맞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되짚어보는 기사였다(〈시사IN〉 제821호 ‘한국은 어떻게 팬데믹의 끝에 다다랐나’ 기사 참조). 리뷰 성격의 기사이니만큼 그동안 쓴 코로나19 기사를 쭉 다시 살펴봤다. 우선은 ‘많이도 썼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으로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부족한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종 감염병 유행이라는 특성상 그 시점에는 최선이었던 정보들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새로운 발견이 거듭된다. 코로나19 백신이 곧 출시를 앞두고 있던 2021년 연초에 ‘우리가 백시네이션에 동참해 접종률이 높아지면 팬데믹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썼다. 그 무렵 발표된 임상 3상 결과도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 물론 백신은 코로나19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든든한 보호막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2023년의 지식에 비춰보면 감염 자체를 막아 집단면역을 발휘하는 수단은 아니었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데다 전문성을 띤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으로 남는다.
내 시선이 어디로 향했는지도 따져보게 됐다. 지난 기사들을 다시 보니 발언권을 얻은 이들 대부분이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정보와 가짜 뉴스가 삽시간에 퍼지는 감염병 재난에서 믿을 만한 취재원을 찾고 올바른 지식을 대중적으로 전하는 역할은 언론의 중요한 사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톱다운 방식의 취재에 집중한 나머지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통받는 위치에 놓인 시민들의 목소리에 소홀하지 않았던가, 자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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