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제임스웹 망원경이 촬영한 ‘용골자리 성운’의 가장자리 일부.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져 있다. ⓒNASA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지난해 12월25일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되었다. 한 달간 지구와 달 거리의 4배에 이르는 150만㎞를 날아 목표로 했던 라그랑주2 지점에 무사히 도착했다. 라그랑주2 지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결합돼, 이 지점에 물체를 놓으면 지구를 기준으로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망원경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시사IN〉 제764호 ‘달 너머로 간 제임스웹,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까’ 기사 참조).

약 5개월간 거울 정렬과 시험 가동을 마친 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첫 번째로 촬영한 이미지들을 지구에 보내왔다. 7월12일 공개된 사진 4장은 ‘한여름에 도착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신비롭게 반짝이는 이미지들 속에는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실마리와 다채로운 천체물리학 현상이 숨어 있다. 천문학 박사인 강성주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와 제임스웹이 보낸 선물 꾸러미를 하나씩 풀어보았다.

“태양이 저렇게 죽어가겠구나”

우주공간을 가득 채운 별과 황금빛 먼지구름. 마치 마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사진 1〉은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져 있는 ‘용골자리 성운’의 가장자리 일부이다(7600광년이란 빛의 속도로 이동할 때 7600년이 걸리는 거리라는 뜻이다). 별은 먼지구름이라 할 수 있는 성운 속에서 우주먼지들이 뭉쳐지며 생겨나는데, 용골자리 성운은 남반구 밤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포밍(star forming·별 생성) 성운으로 ‘별들의 요람’이라 불린다. 이 사진 속 별들은 그야말로 ‘갓 태어난 별’이라고 할 수 있다. 용골자리에서는 태양보다 더 큰 거대한 별들이 탄생한다. 파란색을 띤 별들이 그중에서도 더 무겁고 뜨겁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이 신생 별들 주위로는 수백만 개 행성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강성주 박사는 “이 사진을 하루 종일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제임스웹에 앞서 우주망원경의 대명사였던 허블 망원경도 용골자리 성운을 촬영했지만 먼지구름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이는 제임스웹과 허블이 관측하는 빛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가시광선을 관측했던 허블 우주망원경과 달리, 제임스웹은 적외선을 관측하도록 설계되었다. 가시광선은 지구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바로 그 빛으로 파장이 짧은 탓에 우주먼지를 통과하지 못한다. 반면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어 우주먼지를 뚫고 별이 막 생성되고 있는 성운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진 2〉 별의 최후를 보여주는 ‘남쪽 고리성운’의 모습을 제임스웹이 섬세하게 포착했다.ⓒ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이 사진을 공개하며 별이 탄생하는 ‘우주 절벽(Cosmic Cliffs)’이라고 소개했다. 먼 과거에는 짙은 남색으로 보이는 사진 윗부분까지 황금색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먼지들이 뭉쳐 스스로 빛을 내는 어엿한 별이 탄생하면, 태양에서 태양풍이 이는 것처럼 일종의 바람을 방출하며 구름을 밀어낸다. “별이 태어난 뒤 성운을 깎아내고, 별이 태어난 뒤 다시 성운을 깎아내고 하면서 산맥처럼 보이는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라고 강성주 박사는 설명했다.

별이 생겨나고 생겨날수록 용골자리 성운은 점점 축소되겠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이 ‘우주 절벽’ 사진에서 가장 키가 큰 봉우리의 높이는 7광년이다. 사진의 바닥에서 이 봉우리의 꼭대기까지 우주선을 타고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7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별은 먼지구름(성운)에서 생겨나 먼지구름으로 돌아간다. 용골자리 성운이 별의 탄생을 찍었다면 ‘남쪽 고리성운’은 별의 최후를 보여준다(〈사진 2〉 참조). 강성주 박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진’으로 남쪽 고리성운을 꼽았다. “우리 태양의 마지막 모습이 저렇겠구나, 저렇게 죽어가겠구나 그려볼 수 있거든요.” 죽음을 앞둔 별은 팽창하기 시작한다. 태양의 경우는 점점 커져 수성, 금성을 잡아먹고 지구 코앞까지 팽창할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계산한다. 최대 크기에 도달하면 별은 ‘펑’ 하고 가스를 방출한다. ‘펑’ ‘펑’ 하면서 가스를 내보낼 때마다 별은 작아지고 작아지다 마지막에 백색왜성의 단계로 쪼그라든다.

제임스웹이 찍은 ‘남쪽 고리성운’에는 이런 과정이 매우 섬세하게 포착돼 있다. “허블 망원경이 찍은 이미지도 당시에는 정말 놀랍다고 했는데 그건 성운 안쪽이 뭉뚱그려져 보였어요. 제임스웹 사진은 등고선처럼 가스를 방출한 모양의 층을 하나씩 다 볼 수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 찍힌 흰 점은 가스를 다 내보내고 백색왜성 단계에 접어든 별의 모습이다. “성운의 내부 구조를 보면서 앞으로 분석해야 할 정보가 정말 많은 사진”이라고 강성주 박사는 말했다.

〈사진 3〉 ‘딥 필드:SMACS 0723’ 사진에는 우주의 나이에 버금가는 시공간이 압축돼 있다. ⓒNASA

나사는 7월12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제임스웹의 첫 번째 이미지들을 공개했는데, 그에 앞서 7월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미리 보여준 사진이 한 장 있다. 바로 ‘딥 필드:SMACS 0723’이다
(〈사진 3〉 참조). 7월12일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공식 발표에서도 이 사진이 첫머리를 장식했다. 딥 필드(Deep Field)는 아주 멀리 있는 심우주(深宇宙), 즉 깊은 우주를 일컫는다.

이 평면적인 사진 한 장에는 우주의 나이에 버금가는 시공간이 압축돼 있다. 우선 사진에서 스파이크처럼 선형 빛들이 뻗어나가는 천체를 볼 수 있는데, 이 천체들은 모두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안에 있는 별들이다. 지구로부터 거리를 따지자면 가장 가까이 있는 천체들이다. 그다음으로 노란색 혹은 하얀색 타원형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 타원형들은 SMACS 0723이라는 은하단에 속해 있는 은하이다. SMACS 0723 은하단은 지구로부터 46억 광년 떨어져 있다. 이만치 떨어져 있으면 별로는 안 되고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 정도의 밝기가 되어야 관측이 가능하다. ‘딥 필드’ 사진이 원래 보려던 지점은 이 ‘SMACS 0723 은하단’인데, 그 방향에 있는 우리은하의 별들 7~8개가 앞에 걸리며 함께 찍힌 셈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관측 가능

빨간색 천체들은 ‘SMACS 0723 은하단’보다 더 뒤에 있는 은하다. 더 먼 곳에서 온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진에서 가장 오래된 은하의 나이는 약 131억 년이다. 사진 상에서 왼쪽 가운데 지점에 위치한 이 은하는 빨간색 점으로 찍혀 있어 확대하지 않으면 거의 알아보기 어렵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니 빅뱅 이후 대략 7억 년 뒤에 생성된 은하이다(참고로 태양의 나이는 46억 년이다).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을 관측하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이점이 여기서도 확인된다. 빅뱅 이후 2억 년 뒤부터 최초의 별과 은하가 생성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래된 빛들은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 영역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다. 더 먼 곳에 있는 은하들이 붉은색을 띠는 건 이 때문이다.

이 사진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중력이 시간과 공간을 휘게 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휘어진 원반 모양의 천체들을 찾을 수 있다. 이 천체들은 멀리 있는 데다가 작고 어두워서 원래는 관측할 수 없는 은하이다. 그런데 이 빛이 지구 쪽으로 오는 과정에서 중간에 있는 SMACS 0723 은하단을 거치며 ‘중력렌즈’ 현상이 발생한다. SMACS 0723에 속한 은하들의 중력이 주변의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그 부근을 통과하던 흐릿한 빛의 경로를 뒤틀어 마치 볼록렌즈처럼 빛을 모아준다(〈그림〉 참조). 이 작용을 통해 빛은 더 밝아지고 지구 위치에서는 볼 수 없던 어두운 은하가 보이게 된다.

제임스웹 ‘딥 필드’ 사진에 찍힌 131억 년 전 은하가 관측 사상 가장 오래된 은하는 아니다. 허블을 비롯해 앞서 임무를 시작한 우주망원경들이 134억 년 전 은하까지 찾아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제임스웹 ‘딥 필드’ 사진은 촬영에 단 12시간30분이 걸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약 270시간 노출 끝에 ‘딥 필드’ 사진을 얻었다. 강성주 박사는 “더 깊은 우주를 찍기 위해 이미 프로세싱을 하고 있어요. 그때는 134억 년, 135억 년 전 은하들이 더 많이 발견될 거예요. 거의 우주의 끝을 보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제임스웹은 ‘스테판 5중주’라고 불리는 다섯 개의 은하를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사진 4〉 참조). ‘5중주’라고 한데 묶이지만 일종의 착시이다. 왼쪽에 있는 은하 NGC 7320은 지구에서 고작 4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반면, 나머지 은하 4개는 2억90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이 사진에서는 은하가 서로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7월12일 공개된 사진들은 허블 우주망원경 등이 앞서 한 번씩은 관측을 했던 공간들이다. 강성주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1990년 발사된 허블이 천문학의 새로운 페이지를 이미 한 번 열었어요. 우주의 나이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 것도 허블이 올라간 뒤에 가능했고,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는지도 알게 됐죠. 허블이 우주의 전체적인 구조나 콘셉트를 구축했다면 제임스웹은 심화 과정인 거예요. 허블이 짚어놓은 포인트들을 더 높은 해상도로 더 자세하게 관측하고 연구할 수 있는 거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다양한 임무를 띠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당연히 외계 생명체 찾기도 포함된다. 제임스웹은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1150광년 떨어져 있는 행성 WASP-96b가 사우나처럼 수증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아내 이 미션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더욱 알차게 즐기기 위한 팁이 있을까? “제임스웹의 성능이 기대 이상이라는 것은 첫 번째 사진들로 충분히 확인되었잖아요. 하나하나 놀라운 이미지들이 앞으로 몇만 장, 몇천만 장 나올 거예요.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차도 한잔 마시면서 그 즐거움을 누리시면 됩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20년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 위대한 여정이 이제 막 닻을 올렸다.

〈사진 4〉 ‘스테판 5중주’로 불리는 다섯 개 은하. ⓒNASA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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