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2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7월12일, 서울 종로구의 낮 풍경. ⓒ연합뉴스

썰물의 시간이 지나고 밀물의 시간이 돌아왔다. 3월 중순 하루 62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던 신규 확진자가 15주 만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기울기는 제법 가파르다. 7월 첫째 주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약 1만6000명으로 지난주(약 8500명) 대비 87% 증가했다. 더블링에 가까운 빠르기다.

코로나19 유행 곡선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파도처럼 출렁이는 건 자연의 이치다. 바이러스의 공격과 인류의 수비가 줄다리기하듯 서로 밀고 당기며 생기는 현상이다. 코로나19에 걸리거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늘어나면 해당 인구집단의 면역수준이 높아진다. 인류의 수비력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바이러스의 영토는 줄어들고, 확진자 발생은 감소세로 돌아선다. 한국에서는 지난 3월 이후 6월까지 이 현상을 목격했다(〈그림 1〉 참조).

이런 힘의 우위는 영원하지 않다.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한다. 면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편 바이러스의 공격력이 커지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을 몰고 온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그런 경우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국내 BA.5 검출률은 6월 둘째 주 1.4%에서 7월 첫째 주 35%로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르투갈(〈그림 2〉 참조) 등 세계적 추세처럼 한국에서도 곧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BA.5는 오미크론 대유행을 불러왔던 BA.1에서 뻗어 나온 다섯 번째 주목할 만한 돌연변이다. 전파력이 월등하게 높아져 인류를 깜짝 놀라게 했던 BA.1보다도 전파력이 더 강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이다. BA.5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앞서 오미크론(BA.1)에 걸렸던 사람도 다시 감염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정부는 주간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 사례 비율이 5월 첫째 주 0.59%에서 6월 다섯째 주 2.87%로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6월 말부터 나타난 재확산은 한국 인구집단의 수비력(면역)과 바이러스의 공격력 사이 힘의 균형이 역전되면서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확진자는 얼마나 늘어날까? 올해 상반기 오미크론 대유행처럼 아찔한 규모의 해일이 덮쳐오지는 않을까?

재유행 대응책으로 정부는 4차 백신접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사가 개발한 국산 1호 백신 스카이코비원.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1차 유행보다 확진자 곡선의 정점이 낮을 거라는 예상에 대체로 동의한다. 앞서 대규모 감염과 예방접종을 통해 축적된 면역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면역수준이 시간에 따라 감소하긴 하지만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긴 시간이 흐른 게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BA.5의 재감염 특성에 대해서는 “재감염 비율이 지금까지 겪었던 변이들보다 높아졌다는 것이지 100% 면역 회피가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재감염을 일으키는 변이가 나타났다’고 할 때, 이전 감염이나 백신으로 획득한 면역은 스위치를 켰다가 끄듯 ‘제로베이스’가 된다기보다 볼륨 다이얼을 돌리는 것처럼 커졌다가 작아지는 연속선상에 놓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차분함의 미덕이 필요한 때”

한국보다 먼저 BA.5 혹은 가까운 사촌 격인 BA.4가 확산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BA.5 유행의 봉우리는 BA.1 유행에 미치지 못한다(〈그림 2〉 참조). 7월13일 ‘코로나19 재유행 대응 방안’을 논의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중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8월 중순에서 9월 말 하루 최대 2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 하루 최다 확진자는 62만명,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40만명 대까지 올라갔다.

BA.5의 치명률은 기존 오미크론(BA.1)과 비슷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오미크론은 알파, 델타 등 앞선 변이와 비교해 전파력이 강해졌지만 병독성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한때 2%였던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올해 5월 0.07% 수준까지 내려갔다. 다만 “BA.5는 BA.1보다 폐에서 더 잘 증식한다는 동물실험이나 BA.5 확산이 본격화되며 입원율 증가 조짐이 있는 일부 국가의 사례를 고려할 때, 중증화율과 사망률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라고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전했다.

재유행 대응책으로 정부는 4차 백신접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60세 이상이던 4차 접종 대상자가 7월18일부터 50세 이상과 성인 기저질환자, 요양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 입소·종사자까지 확대된다. 어느 나라든 1·2·3·4차 접종에 쓰이고 있는 백신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우한에서 발견된 ‘오리지널주’ 기반으로 개발된 백신이다. 알파→델타→오미크론으로 올수록 백신이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을 막는 ‘감염 예방 효과’는 확연히 떨어지지만, 사망이나 심각한 증상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중증 예방 효과’는 준수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BA.5에서도 이런 경향은 다르지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도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초과 사망이 급격히 오르는 경우 제한적인 도입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거리두기를 해서 10만명, 20만명 아래로 누르겠다는 정책 목표는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전파력이 월등이 높아진 오미크론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수단이 예전만큼 유용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중국처럼 몇 주간 강도 높은 봉쇄를 취하지 않는다면 앞선 유행주들보다 한층 날쌔진 이 바이러스의 발을 묶을 수 없다. 지난 6월 신설된 국가감염병위기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제 (젊은 층은) 좀 걸려도 약하게 앓고 넘어가고, 요양시설처럼 고위험군은 철저하게 전파를 차단하되 걸리면 치료제를 빨리 투여해서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BA.5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코로나19 유행 곡선은 끊임없이 출렁거릴 것이다. 그때마다 면역수준이 점진적으로 축적되며 진폭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전개되길 바라지만, 예상치 못한 변이가 출현해 힘의 균형이 바이러스 쪽으로 크게 쏠릴 수도 있다. 팬데믹을 거쳐 엔데믹으로 가는 과정은 육지가 아니라 배를 타고 넘실대는 파도를 헤쳐 가는 항해에 가깝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이 게임에서 인류에게 유리한 속성은 ‘웨이브’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나간 일을 흘려보낼 게 아니라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그동안 총력 대응이 기치였다면 차분함의 미덕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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