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6월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12년 3개월 만의 성공이었다. 6월21일 누리호가 고도 700㎞에 도달하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연구원들은 서로 껴안고 기쁨을 나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발사 1시간 뒤 나로우주센터에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의 기념비적 순간”이라고 발표했다. 이 성공은 무엇을 의미할까.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의미를 온전히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여전히 우주기술에 투자하는 것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문답 형태로 누리호 이모저모와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전망을 정리했다.

누리호는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가?

누리호는 발사체(로켓)다. 위성을 탑재해 띄우는 게 목적이다. 다른 이름은 ‘한국형 발사체-Ⅱ(KSLV-Ⅱ)’이다. 2010년 개발을 시작해 총 1조9572억원이 들었다. 누리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저궤도 실용 위성용 로켓이다. 총 180㎏인 위성은 성능 검증 위성과 여기 부착된 큐브 위성 4기로 나뉜다. 위성은 남극 세종기지, 대전 항우연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성능 검증 위성은 매일 지구를 14.6바퀴 돌며, 국내에서 개발한 우주 기기들이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한다. 큐브 위성은 한반도 지표와 대기를 관측한다.

‘세계 일곱 번째 우주 강국이 되었다’는 평이 나온다. 어떤 의미인가?

7개국이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린 국가 수’를 뜻하진 않는다. 한국보다 먼저 로켓을 발사한 나라는 10개국이다. 한국은 ‘1t 이상 적재능력을 갖춘 로켓 발사’ 기준으로 일곱 번째다. 통신·촬영·관측 등 종합적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를 모두 실으려면 1t 이상이 필요하다. 2016년 북한이 발사한 로켓 ‘광명성’은 적재 중량 200㎏쯤으로 추정된다. 무게 못지않게 중요한 의의는 독자 기술 사용이다. 두 차례 실패 후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개발에는 러시아 업체 흐루니체프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공을 ‘우주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본다.

우주산업 분야 수위권 국가들과 한국의 기술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인공위성 제작 기술만 따지면 한국은 세계 주요국 대비 그리 뒤처지지 않았다. 1993년 우리별 2호를 시작으로, 독자 기술로 인공위성을 생산해왔다. 격차가 큰 분야는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발사체 개발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구조가 복잡해 후발 주자가 따라잡기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가가 전수를 꺼리는 분야이기에 독자 개발까지 과정이 더욱 까다로웠다. 수위 국가인 미국과 한국의 기술격차가 ‘현행 제트기와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정도’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의 우주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왔나?

인공위성 발사 기술을 훨씬 뛰어넘어, 민간기업이 우주여행 상업화를 준비하는 단계다. 우주 관광 회사 버진갤럭틱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지난해 7월12일 88.5㎞ 상공까지 비행해 최초의 민간 우주 여행자가 됐다.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 역시 자신이 설립한 블루오리진의 우주 캡슐을 타고 지난해 7월20일 상공 100㎞에 올라갔다.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이다. 스페이스X는 세계 최초로 궤도 로켓을 ‘재사용’하는 데에 성공했다. 한번 발사한 로켓을 수직으로 착륙시켜 다시 쓰는 것이다. 재사용 로켓은 천문학적 금액에 이르는 우주여행 비용을 절감해 대중화 물꼬를 틔울 수 있다.

기술이 앞선 해외 업체의 제품을 사서 쓰면 안 되나? 독자 기술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발사체든 위성이든, 당장 드는 비용만 보면 그쪽이 경제적일 수도 있다. 우주산업 분야는 축적된 연구 역량과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기에 국가 차원에서 투자하더라도 선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독자 기술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향후에 생길 변수 때문이다. 혹자는 우주기술을 ‘식량’에 비유한다. 대외관계가 악화돼 위성과 발사체 수입이 어려워지거나, 가격이 갑자기 인상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산업이 필수인가? 실생활과 동떨어진 미래의 영역은 아닌가?

과학자들은 ‘인공위성은 필수품’이라고 단언한다. 대중적 관심은 우주 관광과 탐사에 쏠리지만, 우주기술의 단기적 목표는 생활과 더 밀접하다. 우선 6세대 이동통신(6G)이 인공위성을 이용한다. 6G는 통신 속도를 획기적으로 올리고 지상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위성통신 기술인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스페이스X는 전쟁으로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단말기 5000개를 지원해 통신을 도왔다. 이강환 서울대 겸임교수(물리천문학부)는 인공위성 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하는 예를 들며 이렇게 말한다. “타국 농작물을 인공위성으로 관찰해 작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수급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원유 저장탱크 속 그림자를 촬영해 유가를 전망할 수도 있다. 대형마트에 주차된 차량 수를 분석해 경기 상황을 파악한다. 지금도 미국에서 사용하는 기술이다.”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누리호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누리호 이후 한국 우주산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2027년까지 누리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네 차례 더 발사할 예정이다. 올해 8월3일에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를 이용해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를 쏘아 올린다. 달을 돌며 표면 촬영과 지질탐사, 지질 연구를 수행한다. 차세대 발사체인 KSLV-Ⅲ는 2030년에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총 1조9330억원이 들어간다. 누리호보다 수송 능력을 끌어올리고 스페이스X처럼 발사체를 재사용하도록 개량할 예정이다. 추후 달착륙선을 개발해 2031년 KSLV-Ⅲ에 실어 보낼 계획이다.

우주산업 성공에 필요한 것은?

스페이스X의 성공 이후 세계적 화두는 ‘뉴 스페이스(New Space)’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추세를 뜻한다. 정부가 물러서고 기업이 맡는다고 해서 곧바로 뉴 스페이스가 되지는 않는다. 유망하지만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산업 특성상 국가가 재원을 투입해 기술력을 확보한 뒤 민간에 이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미국 우주 기업들 역시 나사(NASA·항공우주국)의 기술과 핵심 인력을 흡수해 성장했다. 이강환 교수는 개척정신을 가진 특출한 기업인의 등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기업인 가운데에는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를 보며 컸다’는 이들이 많다. 미래에는 ‘누리호 키즈’가 주역이 될 것이다.” 환경이 개척자를 낳는다. 누리호 성공이 거기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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