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전의 한가운데에서 사령탑을 바꾸는 대선이다. 각 진영이 짜고 있는 전술은 무엇일까? 새 사령관은 이 전쟁을 이끌 적임자일까?

여야를 막론하고 각 대선 캠프의 방역 관련 공약은 ‘백신 이상반응 보상’ ‘방역패스’ 등 특정 이슈를 제외하면 뚜렷하지 않다. 사안의 특수성 때문이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시작하는 5월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지금 시점에서 예측해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발표했던 공약을 뒤엎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감안해 〈시사IN〉은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단순 비교하는 대신 각 캠프에서 코로나19 대응에 관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만났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에서 포용복지국가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았던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의힘 선대본에서 코로나위기대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공식적으로 공약이 발표되지 않은 내용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방역 참모의 구상을 엿보는 일은 새로 집권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향성을 가늠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윤 “거리두기는 아군의 피해가 매우 큰 무기” [민주당 캠프 공약]: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752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시사IN 이명익

 

집권한다면 새 정부의 방역 기조는 어떻게 될까?

(정기석 교수) 과학적인 방역을 하겠다. 지금까지 정부가 코로나19 PCR 검사를 1억 건 했다. 거기에 따른 역학조사도 엄청 많다. 그 데이터를 방역에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질병관리청에서 아무리 자료를 생산해도 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이 안 받는 게 많다.

무슨 뜻인가?

대표적인 예가 중증화율이다. 지난해 10월에 고위험군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중증화율, 치명률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데이터를 무시하고 11월1일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했다. 그때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중증화율이 쳐들고 올라갈 때는 조심해서 지켜보다가 안정이 되면 갔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이후 11월, 12월 두 달 동안 코로나19 환자 2700명이 사망했다. 앞서 돌아가신 분들의 수보다 많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과학적이라고 평가하나?

그렇다. 확진자 숫자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고 낮추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기준은 무엇으로 정한 건가? 영업시간 제한 밤 9시, 10시는 무슨 근거로 나온 건가? 왜 4명까지는 모일 수 있고 5명은 안 되나? 민주노총 집회를 못하게 하는데 야외에서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 하면서 모이는 건 사실 문제가 없다. 해돋이 보러 사람들 몰린다고 그 기간 해수욕장을 폐쇄하지 않나. 야외는 괜찮지만 그다음에 식당에서 밥 먹으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건데 그건 해돋이와 다른 얘기이다. 칸막이 설치하고 환기시설을 잘 갖추면 된다. 국민을 완전 어린아이로 보는 거다.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고 하는 기준이 우리가 보기엔 썩 맞지 않는다. 철저하게 데이터 위주로 검증해나가겠다.

그러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떻게 되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과감하게 완화전략을 펼 것이다. 5월에 집권할 즈음이면 오미크론이 어느 정도 지나갔을 수 있다. 치료제도 나와 있다. 겨울이 끝나서 날씨도 좋다. 웬만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도록 할 것이다. 물론 실내는 얘기가 다르다. 완화전략으로 간다는 계획도 다 과학적인 근거에서 나온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게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이들이 전 국민의 2%도 안 된다. 언제 다 넘어갈 건가? 백신을 충분하게 접종했으니 위중증 환자는 적을 거라고 보고 60세 이상과 기저질환자는 철저하게 보호하되, 20~40대 건강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모이는 걸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한다. 영국을 보면 프로축구 선수들 걸렸다 나았다 하지 않나.

제일 큰 변수는 6월 말쯤 나올 또 다른 변이다. 지금까지 추세로는 주요 변이가 7개월마다 한 번씩 나왔다. 만약 6월에 실제로 새로운 특성을 가진 변이가 나오고 환자가 폭발적으로 생기면 ‘록다운’도 배제하지는 않을 거다. ‘한 달 동안 전부 쉽시다’ 하면서 문을 다 닫고 대신 완벽하게 보상해드릴 거다. 사람이 안 움직이면 바이러스도 못 움직인다. 그러면 쭉 줄어든다. 지금처럼 2년을 끌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나눠주며 돈 쓰는 것보다 그 편이 확실히 낫다.

1월11일 윤석열 후보가 페이스북에 ‘비과학적 방역패스 철회, 9시 영업제한 철회, 아동·청소년 강제적 백신접종 반대’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방역패스가 없어지나?

우리는 간단하게 기준을 나누었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곳에서는 방역패스를 해라. 독서실, 스터디카페, 학원처럼 마스크를 계속 쓰는 곳에서는 방역패스를 강하게 적용하지 말라는 뜻이다(정부는 1월18일 대형마트·백화점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도서관·영화관 등에 방역패스 적용을 해제했다). 우리는 환기를 굉장히 신경 쓸 것이다. 환기를 철저히 하면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정부가 이를 제도에 반영하지 않는다. 환기 등급제를 도입해서 ‘우수 환기 업소’를 선정할 것이다. 이런 곳은 방역패스를 해제하고, 영업시간 연장을 허용할 것이다.

1월11일 윤석열 후보(가운데)가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해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아동·청소년은 백신접종에서 제외되나?

강제 접종을 반대한다는 거지 아동·청소년 백신접종에 반대하는 뜻은 아니다. 물론 지금도 강제 접종은 아니지만 학원에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바람에 현실적으로 그렇게 됐다. 최근 대한소아감염학회가 소아·청소년 백신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런 데이터들을 다 받아서 보고 있다.

백신접종 후 이상반응 피해 보상은 어떻게 되나? 인과관계 증명 책임을 정부가 지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지금은 인과성이 불분명하면 환자가 증빙을 해야 한다. 정부가 백신과 부작용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 책임을 정부가 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보다 폭넓게 백신 이상반응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백신 부작용 국민신고센터’를 설치할 계획도 있다.

의료 대응체계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의료자원 준비가 제일 중요한데 이번 정부가 그 부분에서 제일 못했다. 지난해 12월에 위드 코로나를 해제하면서 중환자 병실을 급하게 늘렸다. 그랬더니 병상 대기 문제가 다 해결됐다. 그사이 중환자실을 더 지었나? 의사와 간호사가 늘어났나? 있는 건 그대로인데 흩어져 있던 구슬을 모아서 보배를 만든 셈이다. 그런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는 점에서 나쁘다는 것이다.

적어도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는 전국 226개 시·군·구마다 의정(의료계-정부) 협의체를 상설 운영해야 한다. 자기 지역에서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할 수 있는 의사를 파악해 오전반·오후반을 나누고, 야간 당직도 만들고, 내 고장은 내가 지킨다는 개념으로 시스템을 짜야 한다.

캠프에선 과학적 방역을 앞세우지만 정작 후보는 무속인 관련 의혹으로 ‘주술 대통령’이 될 거라는 공격을 받았다.

주술에 의존해서 뭘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잘하겠느냐? 그분은 첫마디가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라는 거였다. 방역은 즉흥적인 판단이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토론회에서 하는 얘기만 봐도 천은미(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최재욱(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등 우리 쪽(국민의힘 코로나위기대응위원회) 전문가들이 훨씬 더 실력이 있다.

천은미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을 1차만 접종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 건은 곧 소송에 들어갈 거다. 본인으로서는 굉장히 오해를 받은 부분이 있다(천은미 교수는 정부가 자신이 문체부 발행 잡지 〈공감〉과 한 인터뷰 발언을 왜곡해 백신접종 정책을 홍보하는 카드뉴스를 만들었다며 문체부 공무원 등을 1월24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국민의힘 정부가 집권한다면 코로나19 대응이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정말 객관적으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다. 대통령이 ‘그거 하지 마시오, 저거 하시오’ 하지 않을 거다. 혹시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은 바로 사표 낸다. 정치적으로 그런 꼴을 보면서 일할 이유가 없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