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중순 현재,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수사가 네 갈래로 진행 중이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출국금지 수사 방해 의혹 사건, 명예훼손 사건,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 등이다.

2019년 3월23일 0시8분 김학의 전 차관은 출국을 시도하다 금지당한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은 사흘 전(3월19일)부터 그에 대한 출국금지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이 정보가 어떻게 유출된 것일까? 법무부는 2019년 4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법무부가 파악한 단서는 출입국관리 내부 전산시스템에서 ‘김학의’를 검색한 공익법무관 2명이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법무부 관계자는 “대검 쪽에서 출국금지 논의 정보가 김 전 차관에게 흘러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검은 이 사건을 정부과천청사 관할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했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그해 7월 공익법무관들이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팀은 이규원 검사가 제출한 긴급출국금지 신청서에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사건 번호가 기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2019년 6월18일 ‘파견검사(이규원) 비위 혐의 관련 보고 문서’를 작성한다. 1년 뒤인 2020년 12월엔 이 수사 관련 현직 검사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방해받았다’라며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에게 수사 자료를 모아 전달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국회의원도 신고기관이긴 하다. 국민의힘은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2019년 3월22일 선글라스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인천공항에 나타난 김학의 전 차관.ⓒ JTBC 화면 갈무리

징계 파동을 겪고 복귀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수원지검 형사3부는 지난 4월1일 이규원 검사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3개월 뒤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이른바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이다.

또 5월12일 수원지검 형사3부는 2019년 안양지청 수사를 막았다며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이현철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은 공수처로 이첩했다. 결과적으로 법무부가 당초 대검에 의뢰한 김학의 출국금지 논의 정보 누설 의혹은 미궁에 빠졌다.

기획사정은 검찰의 무리한 플롯?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및 명예훼손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김학의 사건 3차 수사팀이 1차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의원을 무혐의 처분하자, 그는 ‘청와대발 기획사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조국 당시 민정수석,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곽 의원과 윤갑근 전 검사장은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비서관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3월31일 〈조선일보〉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방향이 “이광철 비서관이 이규원 검사와 공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윤규근 총경이 연루된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김학의 사건’을 왜곡·과장해 특정 언론에 흘려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명예훼손 피해를 입혔다”라는 것이다.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에 관여한 관계자는 “김학의 사건과 버닝썬 사건을 연결시키는 것은 검찰의 무리한 플롯이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실무를 맡은 인사(이광철)를 타깃으로 삼은 수사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7월2일자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네 갈래 사건을 맡은 부장검사는 모두 교체됐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이광철 비서관은 7월1일 사표를 냈다. 2013년 1차 수사팀이 제대로 수사하고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후폭풍이 2021년에 이어지고 있다.


‘김학의 사건’ 전모를 다룬 디지털 페이지 이름은 '암장(暗葬; 남몰래 땅을 파서 묻다)’입니다. 검찰이 이 사건을 다룬 방식을 표현하는 데 그 이상 적절한 단어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암장 페이지에 접속해 ‘김학의 사건’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https://darkgate.sisain.co.kr/

기자명 고제규·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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